[사설] 전환점 맞이한 탈북자 대책

중앙일보

입력

탈북자 460여명이 집단으로 입국한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들어오거나, 많아야 20여명씩 입국하던 탈북자들이 이처럼 수백명 단위로 집단 입국한 적이 없어 국민의 당혹감이 크다.

이번 사태는 이제 한국의 탈북자 정책이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탈북자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가 남북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한편, 탈북자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감안해 가급적 조용히 문제를 처리하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탈북지원단체 등 일부에서는 '말이 조용한 외교지 사실은 탈북자 문제가 이슈화되기 전에는 아예 눈을 감는 것과 같은 소극적 외교정책'이라며 비난해 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10여만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중국 등지를 떠돌고 있고, 매달 150여명씩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과 열악한 인권.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탈북자들의 대량 입국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며 해결책도 뾰족한 게 없다는 점이다. 탈북자들의 적응훈련센터 및 교육과정도 이미 과포화상태를 맞아 당초 6개월 과정의 적응교육 기간이 2개월로 단축 운영되고 있고, 사후관리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당장 관련 시설 및 운영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지만 이런 미봉책이 과연 탈북자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알 수 없다.

바람직하기는 탈북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북한의 고립화가 해소되고 인권.경제상황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불가피하게 탈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탈북자 문제는 동북아지역의 국제적 현안으로서 상당기간 존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탈북자들에 대한 공동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국제사회에 이끌어내, 북한 체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으로써 탈북자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데에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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