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80주년 미국 전역서 추모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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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차원의 천부적 엔터테이너' '미국의 음악적 자존심' '클래식.재즈.뮤지컬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뮤지션' '60년대 후반 말러 붐의 진원 (震源)' …. 지난 90년 타계한 미국 태생의 지휘자 겸 작곡가.피아니스트 레너드 번스타인은 생전에 '카우보이 지휘자' 라는 별명으로 보수파는 물론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의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했지만 20세기 음악사에서 그의 위치는 확고부동하다.

오는 25일 그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탱글우드.링컨센터.퍼시픽 음악제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링컨센터 앨리스 털리홀에서는 '미지 (未知) 의 번스타인' 이라는 제목의 콘서트에서 미발표 뮤지컬 넘버 '론리 미' '캔 유 러브' 와 함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미사 주제에 의한 명상곡' 이 연주됐다.

소니 클래시컬은 지난해말부터 '번스타인의 세기 (世紀)' 라는 재발매 CD시리즈를 장당 1만2천원에 내놓고 있다.

내년까지 무려 1백50장으로 완성될 이 시리즈에는 번스타인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지휘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행진곡 앨범' 도 포함돼 있다.

이 시리즈에는 CD로 첫선을 보이는 코플랜드의 '교향곡 제3번' , 말러의 '교향곡 제2번' (63년 녹음) 등 포함돼 눈길을 끈다.

RCA레이블은 '번스타인의 청년시절' 을 4장의 CD로 선보인데 이어 내년초 레너드 슬래트킨 지휘의 내셔널심포니의 연주로 번스타인의 '백악관 칸타타' 를 최초로 녹음한다.

도이체 그라모폰 (DG) 사는 번스타인의 미공개 사진과 사연을 담은 '아티스트 앨범' 과 함께 말러 붐을 지휘.피아노 반주를 맡은 말러 교향곡.가곡 전집을 이달 중순께 국내 선보일 예정. 미국 메사츠추세츠주 로렌스에서 유태계 러시아 이민 2세로 태어난 그는 10살때 집에서 우연히 구입하게 된 피아노 때문에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44년 11월13일 당시 68세로 뉴욕필을 객원지휘할 예정이던 브루노 발터가 병석에 드러눕자 '대타 (代打)' 로 등장, 슈만.리하르트 슈트라우스.바그너 등을 성공적으로 지휘해냈다.

미국 전역에 생방송됐던 이 공연 덕분에 그는 일약 세계적인 지휘자로 떠올랐다.

58년 뉴욕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에 취임한 그는 자작곡은 물론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 , 한스 베르너 헨체의 '교향곡 제5번' , 프란시스 풀랑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를 비롯, 미국 작곡가 코플랜드.피스톤.차베스.윌리엄 슈맨.새뮤얼 바버 등의 작품을 초연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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