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과학]복날 개패듯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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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복 (伏) 날 개패듯' 이란 속담은 복날 전통적으로 개를 요리하기 위해 몽둥이로 때려잡는 풍습 때문에 '죽도록 때린다' 는 뜻으로 써왔다.

'섣달 그믐날 흰떡 맞듯' 도 같은 의미. 삼복은 일년중 가장 더운 시기다.

일년중 낮이 가장 긴 하지 (6월21일경) 이후의 세번째 경일 (庚日 : 십간십이지가 표시된 달력에서 십간의 하나인 경으로 시작하는 날) 을 초복이라 부르고 다음 열흘째를 중복, 입추가 지난 다음 처음 맞는 경일이 말복이다.

서양에도 도그 데이 (Dog Day) 즉 개의 날이 있다. 태양에서 5번째로 가까운 시리우스 별은 여름철에 볼 수 있는 '큰개 자리' 의 대표별. 로마 시대에는 이 별이 농가의 충실한 개처럼 더위가 오고 홍수가 일어날 때면 하늘에 나타난다고 해서 견성 (犬星) 이라 불렀다.

이 별이 나타나는 시기를 도그데이라 부르고 개를 잡고 제사를 지내 별을 달랬다고 전해진다.

개를 때려잡는 풍습은 그래야 육질이 연하고 맛있다는 속설 때문. 육질과 몽둥이 찜질은 과학적으로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근육의 지지구조중 '제트라인 (Z - line)' 이라는 단백질 구조가 있다.

수축작용을 맡은 단백질 '액틴' 의 고리 역할을 하는 제트라인은 마구 때리면 파괴되거나 액틴과 분리된다. 따라서 어느 정도 고기가 연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때려잡은 고기는 방혈 (放血) 이 잘안돼 미생물에 취약해 쉬 상한다.

개를 때려잡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육질이 연해진다는 설도 있다.

에피네프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동물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으로 인해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 (근육 수축작용을 하는 에너지원) 소모작용이 빨라진다.

글리코겐이 완전히 소모된 고기는 젖산 축적이 안되고 수분함량이 더 많아져 육질이 더 연할 수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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