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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영국 현대미술 28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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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국경제가 우등생 대접을 받는 것처럼 영국의 젊은 현대미술작가들도 세계미술계에서 일류 대접을 받고 있다.

이는 10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 영국현대미술이 근래 이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젊은 작가들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을 들인 영국문화원의 역할도 컸다.

80년대 중반까지 영국작가들은 뉴욕이나 베를린 작가들에 밀려 세계미술계에 명함도 못 내밀었다.

그런데 영국의 젊은 작가들이 소위 '뜨는 작가' 로 부상하게 된 것은 이들을 발굴해 국내외로 적극 밀어붙인 영국문화원의 프로모션 덕분.

지난 96년 영국미술계와 그다지 인연이 없었던 국내에 영국문화원이 나서서 젊은 미술평론가 5명을 초대, 영국현대미술의 구석구석까지 보여주는 기회를 베푼 것도 이런 프로모션의 한 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한창 준비 중인 '영국현대미술전' 역시 영국문화원의 숨은 솜씨가 발휘된 전시. 이 전시는 3년전 국립현대미술관에 런던의 영국문화원으로부터 프로포즈가 날아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영국현대미술과 한국의 그것을 맞바꿔 상호소개하자는 것. 28일부터 10월20일까지 열릴 '영국현대미술전' 에는 영국문화원 협조 아래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에서 선정한, 영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9명의 작가작품 47점이 소개된다.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세계적으로 '떠있는' 작가고 나머지 7명은 한창 뜨고있는 작가다.

영국현대미술은 80년대 중반까지 집단적인 흐름이나 경형은 없었다.

몇몇 재능있는 작가가 혼자서 세계를 상대로 고군분투한 정도였다.

이번에 소개된 길버트와 조지, 예술과 언어그룹도 그들 중 일부다.

일상생활을 예술에 끌어들인 50년대 영국 팝아트의 계보를 이은 게 길버트와 조지라면 예술과 언어그룹은 70년대 이후 세계를 휩쓴 개념미술의 영향을 받아들여 나름대로 활동해온 그룹이다.

이들과 함께 소개되는 7명의 젊은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두가지 축에서 뻗어나가 주목받게 된 작가들이다.

이들 집단적 흐름을 흔히 프리즈세대라고도 부른다.

1988년 런던 골드 스미스칼리지 출신 데미안 허스트가 동료들을 규합해 '프리즈 (Freeze)' 라 전시를 기획한게 프리즈세대란 명칭의 유래가 됐다.

상처받은 개인의 삶과 욕망, 사회에 대한 냉소와 무력감 그리고 세기말적 불안 등이 이들의 작품에 보이는 공통된 관심사요 테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개되는 프리즈세대의 대표작가 7명은 리더격인 게리 흄에서부터 사이먼 패터슨.줄리안 피오.질리안 웨어링.더글라스 고든.케빈 터크.사라 루카스 등. 게리 흄은 언뜻 보면 추상회화 같지만 실은 병원문이나 맨발을 실물크기로 확대해 예술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논쟁거리로 만들어보이는 작가.

96년과 97 나란히 권위있는 터너상을 수상한 더글라스 고든과 질리안 웨어링은 비디오작업을 통해 일상 속에 감춰진 권력구조를 폭로하거나 대중의 감춰진 생각을 끌어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으로 각각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정준모 학예실장은 "세계적 관심을 끌고있는 영국현대미술을 소개한다는 점 외에 이런 전시를 프로모션하는 영국문화원의 역할을 눈여겨 보기 위해 마련한 전시" 라고 말하고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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