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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 외화도피 수사전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동아그룹 외화도피 혐의는 검찰의 4개월간 꾸준한 수사 끝에 밝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뒤 신동아 계열사들의 금융거래 상황을 분석하고 해외출장이 잦은 최순영 (崔淳永) 회장의 동향을 유심히 관찰해왔다.

물밑에서 은밀히 진행되던 사건은 지난 4월말 신아원 (SDA의 전신) 전사장 김종은씨가 "회사비밀을 폭로하겠다" 며 崔회장에게 돈을 요구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부터 노출됐다.

金씨의 협박내용에는 신동아그룹의 위장수출 사기와 해외 재산도피 의혹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송치받아 金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해 신아원의 전.현직 임직원과 거래은행 직원, 허위 선하증권을 작성한 해운회사 직원 등 30여명을 불러 조사한 뒤 지난 5월 하순 崔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밝혀낸 신동아의 수법은 전형적인 수출사기. 미국의 유령회사와 수출거래가 있는 것처럼 위장한 선하증권 등을 정상적인 수출서류 사이에 끼워넣어 은행으로부터 1억8천만달러의 수출금융 자금을 받아내는 방식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무역사기꾼들은 보통 폐품.재고품 등을 유령회사에 보내고 고가품을 수출한 것처럼 위장, 물품대금을 받는데 비해 신동아는 물품거래 없이 서류상으로만 수출한 것으로 꾸몄다" 며 "은행측이 재벌기업의 신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검찰은 빼낸 돈의 대부분이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등 해외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 정확한 사용처를 조사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부분이 국내로 재송금돼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며 "그 시점은 신동아측의 비리혐의가 검찰수사로 표면화한 이후" 라고 말했다.

한편 신동아그룹은 지난 5월부터 주력계열사인 대한생명을 통해 미국 메트로폴리탄 생명사와 10억달러의 외자유치 협상을 진행중이다.

검찰은 한푼의 외화유치가 절박한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 투자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崔회장의 재소환 등 수사일정을 유보키로 했다.

이에앞서 언론도 외환외기 타개를 위해 각 기업이 해외에서 외화를 유치하는 것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지난 6월부터 이 사건 관련기사에 대한 보도를 유보해 왔었다.

남은 관심은 崔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 검찰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나 최근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이 "해외재산도피 사범은 엄벌한다는 방침이나 스스로 유출재산을 다시 국내로 되돌려 오는 사람에게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겠다" 고 밝힌 바 있어 崔회장의 구속까지는 가지 않을 전망이다.

◇ 신동아그룹 해명 = 검찰 설명과 달리 신동아그룹은 31일 해명자료.광고 등을 통해 "외화유출 혐의는 김종은 전 사장이 외상무역 거래대금을 횡령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1년6개월동안 저지른 것" 이라며 "문제가 된 돈은 97년 11월까지 국내 은행에 전액 입금시켰다" 고 주장했다.

신동아측은 또 "崔회장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며, 오히려 金전사장의 협박에 넘어가지 않고 고소했었다" 고 밝혔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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