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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12. FIFA와 '흥행 흥정' 축구 와일드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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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와일드 카드(Wild Card)는 원래 카드게임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패(조커)를 뜻한다. 그러다 일부 스포츠에서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으나 특별히 출전하게 된 선수나 팀'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월드컵 축구의 본선 출전팀이 24개였던 시절 16강에는 6개 조의 1, 2위 12개 팀과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네 팀이 올라갔다. 16강에 올라간 3위 팀을 와일드 카드라 불렀다.

올림픽에도 같은 의미의 와일드 카드가 있다. 테니스.사격.체조 등에서다. 지역 안배 또는 예선을 거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선수가 불참하게 되면 대신 출전하는 경우다.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랭킹 82위의 이형택은 상위 56명에게 주어진 아테네 올림픽 자동진출권을 얻지 못했으나 와일드 카드로 아테네에 가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함께 정한 올림픽축구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축구대회는 4년에…(중략)… 남자 23세 이하 팀(U-23)과 여자 대표팀이 참가하게 된다'(1장1절), '남자 경기의 경우 1981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만 올림픽 예.본선에 출전할 수 있다. 다만 본선에는 이 연령대가 아닌 선수를 최대 3명까지 명단에 포함할 수 있다'(24장2절)고 돼 있다. 이는 프로선수의 출전 허용과 관련해 FIFA와 IOC가 타협한 흔적이다.

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올림픽은 프로선수에게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IOC는 프로선수의 출전을 제한했던 유럽과 남미 국가에도 프로선수 출전을 허용해 달라고 FIFA에 요구했다. FIFA는 IOC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나이 제한을 들고 나왔다.

FIFA가 주관하는 연령별 세계대회가 17세 이하, 20세 이하(이상 청소년대회), 그리고 성인대회(월드컵) 가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은 자연스레 세 살 터울을 유지하는 23세 이하의 연령별 대회가 됐다.

그런데 23세 이하 선수만으로 처음 치러진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축구는 흥행에서 실패했다. 국가대표 수준에 맞춰진 팬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았다.

머리를 맞댄 FIFA와 IOC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3세 초과 선수를 세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게 했다. 이 역시 출전 자격(23세 이하)은 안 되지만 특별히 출전이 허용된 와일드 카드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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