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MS'제소검토' 등 '한컴' 투자유치에 찬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한글과 컴퓨터 (한컴) 사태가 해외자본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면서 관계당국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컴이 마이크로소프트 (MS) 사의 투자를 백지화하고 한국벤처기업협회와 제휴한 것과 관련, MS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외국 언론이 한국의 폐쇄적 거래관행을 문제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29일 외신기자를 상대로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진화작업에 나섰다.

◇ 해명자료 배포 = 정통부는 이날 "한컴사태에 한국 정부가 개입했다" 는 일부 외신보도를 공식 부인하고 한국벤처기업협회가 추진한 아래아 한글 살리기 운동은 순수 민간차원의 캠페인이라고 해명했다.

정통부는 "한국 정부는 글 살리기 운동본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며 글은 더 시장경쟁력이 있는 제품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믿는다" 고 밝혔다.

정통부는 또 "한국 정부는 도산위기에 놓인 한컴을 살리기 위한 지원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며 정보통신분야의 외자유치에 더욱 노력하겠다" 고 덧붙였다.

◇ MS측 주장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29일 "미국 본사에서 고문변호사를 중심으로 한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고 말했다. MS는 글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컴에 2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하는 등의 의향서를 교환하고 부도를 막기 위해 1차적으로 1백30만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이와 함께 한컴의 경영상태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회계자료조사.분석비용과 경영 및 법적 자문료로 적지 않은 부대비용을 지출했다는 것. 이에 대해 미국 고문변호사들은 "정식 계약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의향서를 교환한 만큼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이 마땅하며 1백30만달러를 즉각 회수하고 관련 금융.부대비용을 한컴이 부담해야 한다" 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MS측은 또 한컴의 거래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달 이상 진행된 협상을 한컴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거래상대방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것은 상도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민간기업간 거래를 추진하면서 시장원리보다 '국민감정' 같은 비합리적인 요소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 미국 업계.언론 = 미국 업계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의 쇼비니즘 (국수주의) 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MS 관계자는 "한국에 진출한 미국의 일부 정보통신업체 중 한컴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 원천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연구개발을 통한 지원을 하기보다 영업에만 치중하라는 내부 지침을 받은 사례가 있다" 고 말했다.

미국 언론도 '한컴' 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MS측에 따르면 CNN이 본사에 취재협조를 의뢰해왔다는 것. 한편 한컴측은 "MS측이 희망하면 지원받은 1백30만달러를 돌려줄 수 있으나 부대비용 부담문제는 계약조건이 불분명해 MS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는 입장을 보였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