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통치학 고전 '정관정요' 건양대 김원중교수 완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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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동양 통치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정관정요' (貞觀政要)가 완역됐다 (홍익출판사刊) .유교사회 군신의 관계와 역할을 집대성해 후대 제왕들이 '거울' 로 삼았던 책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발췌.축약본이 나오긴 했으나 전문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 건양대 김원중 교수 (중문학)가 번역을 맡았으며 상세한 각주 (脚註) 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정관' 은 중국 당나라 2대왕 태종 (太宗) 이세민 (李世民) 이 치세 기간 (626~649) 동안 사용한 연호. 태종 사후 50년경 오긍이라는 역사가가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치를 펼친 것으로 알려진 태종과 그를 보필한 명신들의 토론을 40편의 주제로 편집했다.

'정관정요' 는 첫 완역이라는 서지학적 의미를 제외하면 자칫 우리에게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이 빈약할 수 있다. 과거 유교사회의 통치관과 가치관이 여과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민주주의와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는 정보화 물결에 대한 '도움말' 을 찾기 어렵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우리가 빠뜨릴 수 없는 '소중한' 충고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현재 우리가 직면한 난국을 풀어나갈 '열쇠' 를 제시한다는 뜻이다.

특히 수나라 말기 전국적 동란과 백성의 피폐 가운데 굳건히 일어나 안으로는 율령체제를 정비하고 밖으로는 돌궐 (突厥) 등 외적을 제압하며 국위를 떨쳤던 당태종의 선치 (善治) 는 오히려 지금 더욱 '빛나고' 있다.

예로 "군주가 백성들의 이익을 손상시켜 가면서 자기의 욕심을 채우면, 마치 자기 넓적다리를 베어 배를 채우는 것과 같아서 배는 부를지언정 곧 죽게 된다" 등 군주의 도리와 정치의 근본을 강조한 부분은 우리 현대 정치사의 미흡했던 구석을 반성케 한다.

보다 인상적인 것은 군주와 신하의 바람직한 관계를 설파한 부분. 현대로서는 통수권자와 고위관료, 경영주와 상급관리자의 위상에 해당한다.

당시 어진 신하로 손꼽혔던 방현령.두여회.위징 등 8명의 행적과 인품을 소개하며 국정을 위해선 국왕의 허물도 가차없이 비판하는 신료들의 적극적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먹줄이 있으면 굽은 나무가 바르게 되고 기술이 정교한 장인이 있으면 보옥을 얻을 수 있다" "1천장의 양가죽이 여우 겨드랑이 털 하나 만큼의 가치가 없듯 무능한 관리 수만명은 유능한 관리 한 명만도 못하다" 는 것. 물론 여기에는 신하들의 간언 (諫言) 을 장려하고 올곧은 신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군주의 역량이 전제조건으로 따라붙는다.

새 내각의 개혁작업이 시작된 지도 벌써 5개월이 다 되가는 요즘. 통수권자의 지시에 앞서 국정을 진언하고 일반인들의 '눈' 과 '귀' 를 대신하는 관료.정치인들이 그리운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일반인이 되새겨야 할 덕목도 많다. 성실과 신의, 겸손과 사양을 권장하고 아첨과 무고, 사치와 방종을 경계한다. 조세.형법의 공평성도 강조한다.

특히 시종일여 (始終一如) 라는 말처럼 정치가든 학생이든 '초발심' 의 순수함을 잊지말라는 충고는 세태에 흔들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다잡게 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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