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일자리 83만개 연간 84조 생산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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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바꾸어 봅시다. 남측이라면 전연(전선)지대인 개성을 떼어줄 수 있겠습니까."

지난달 15일 남북 정상회담 4주년 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했던 북한 이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개성공단 건설이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을 이렇게 나타냈다. 남한 당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아 공단 건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공을 들이는 것은 공단 개발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개성공단 현지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는 "현재 250여명의 노동자가 공단 건설에 투입돼 있지만 2만8000평의 시범공단이 정상 조업에 들어가면 6000여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 남측으로부터 받을 임금과 소득세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개성공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동남아나 중국보다 저렴한 인건비와 물류비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내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는 시범단지에 입주할 15개 기업을 선정하는 데 200여개의 업체가 몰린 것은 이런 기대를 방증한다.

그러면 개성공단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얼마나 될까.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개성공단 3단계 공사(1단계 100만평, 2단계 200만평, 3단계 500만평)가 완공돼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남한 경제에 대한 직접적 효과는 연간 생산 83조9000억원,연간 부가가치 24조원,일자리 10만개 창출로 조사됐다.이 연구원 박석삼 차장은 "이 시기 북한은 일년에 7200억원의 수입(임금+소득세)을 올리고,7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 분석팀장도 지난달 낸 논문에서 "개성공단이 완공되면 남한의 제조 원가가 10% 이상 절감되고,GDP도 0.3%포인트 증대되는 것을 비롯해 연간 16조여원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북한의 경우 연간 2조18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볼 것으로 평가했다.이에 앞서 건설산업연구원은 2002년 보고서에서 공단 건설에 따른 부가가치만 남한 7297억원,북한 6229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우선 북한에 전략적 물자 반출을 금지하고 있는 바세나르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생산에 필수적인 전기.전자 및 IT 제품이 전략물자 판정을 받을 경우 대북 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내 업체들이 정부에 국내 법규 보완과 국제사회의 양해를 얻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주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 예정 업체인 에스제이테크 유창근 사장은 "입주 기업이 단순 노동집약 성격이 아닌 만큼 전략 물자가 반출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IT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선 이 체제의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또 북한이 미국의 대적성국 교역법의 규제를 받아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이 미국 등에 수출될 경우 높은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북한이 인조 모피를 미국에 수출할 경우 74%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개성공단이 바세나르 체제와 미국의 법 규제에서 벗어나려면 북핵 문제에서 돌파구가 열려야 한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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