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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명소로 뜬 서울 창포원

중앙일보

입력


서울 유일의 노천 식물원인 창포원에서는 꽃창포로 불리는 붓꽃을 비롯해 양귀비, 패랭이 등 각종 야생 초·화류를 관찰할 수 있다. 사진은 창포원을 찾은 어린이들.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양귀비 붉은 꽃잎 떨어지면 밝게 비추던 하늘도 그 따라 털썩….” 경국지색 양귀비와의 이별을 슬퍼하던 당 현종이 살아나 이곳에 와보면 조금은 위안이 될까. 양귀비를 비롯해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붓꽃(꽃창포)이 지천으로 널린 곳. 도봉산역 인근 서울 창포원엔 매일 수천명이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꽃이 너무 아름다워요. 창포가 이렇게 예쁜 꽃인 줄 몰랐어요.”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약초가 이렇게 생겼는지 처음 알았네요. 손자녀석도 데려와서 보여줘야겠어요.” “아저씨,이 꽃은 왜 이렇게 빨갛죠? 이름이 뭐예요? 와,정말 예쁘다.”

이곳, 저곳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혼자보기 아깝다며 아쉬움의 탄식도 들린다. 그냥 길가다가 사람들이 몰려가기에 좇아 들어왔다는 김근식(62·도봉동)씨는 “근처에 살면서도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어렸을 때 아주 흔하게 본 꽃인데 요즘에는 이런 곳에 와야만 볼 수 있다”며 아쉬워한다.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 인근에 터를 잡은 창포원은 개장한 지 한달만에 하루 2500여명이 다녀가는 지역의 명소로 거듭났다. 원래 습지에다 불법 비닐하우스 등이 설치되곤 해 지역의 애물단지였던 이곳이 1년여의 조성사업 끝에 서울 유일의 노천 식물원으로 탈바꿈한 것.

이름마따나 이곳에는 꽃창포라고도 불리는 붓꽃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붓꽃은 사실상 단옷날 머리 감던 창포와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습지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수생식물인 붓꽃을 주로 심었지만 이곳에는 다른 식물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눈에 띈다. 바로 약용 식물원. 가정질병, 자양강장, 아로마테라피 등 6개의 테마 식물원으로 구성돼 있는 것. 특히 십전대보탕·쌍화탕식물원이 별도로 마련돼 재미를 더했다.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시 녹지관리사업소의 이영철씨는 “조성 당시 전문인에게도 학술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수종을 다양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약용 식물원의 경우 진귀한 식물들도 심어져 있어 별도의 보안요원을 둘 정도”라고 말했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다 이곳에 들러 점심을 먹던 이한철(45·개포동)씨는 “도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식물원이 있어 주변 풍광이 너무 좋다”며 “한번 다녀간 이후로 자전거 핸들이 나도 모르게 이곳으로 향하는 걸 보고 혼자 웃은 적도 있다”고 거들었다.

서울 창포원은 도봉산 관광벨트의 일환으로 조성된 것으로 1만6000평의 대지에 붓꽃원, 약용식물원, 억새원, 침·활엽수원 등 테마별로 수천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또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방문자 센터 내에 시청각실을 마련하고 각종 야생초·화류 관련 세미나와 생태 학습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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