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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철 챙겨볼만한 책8권]주부에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내가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 중에 동물원이 부른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가 있다. 그 2절 가사의 이런 부분이 인상적이다.

"대학교에서 만났던 우리들의 여자 친구들은 모두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됐다고 해. 우리들이 믿었던 새로운 세상을 위한 꿈들은 이젠 유행이 지난 이야기라고 해. "

야단스런 텔레비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때면 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충언이 있다.

"TV를 끄고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십시오. " 그 생각을 풍성하게 만들지도 모를 두 권의 책을 특별히 내 또래의 주부들에게 권하고 싶다.

한 권은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만들기' 라는 부제가 붙은 '작은 이야기' (샘터刊) .잡지 '샘터' 에 실린, 글자 그대로 생활 속의 작은 이야기들을 아동문학가 정채봉과 시인 류시화가 엮었다.

생활보다는 생존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 요즘의 세상 풍경 속에서 위로가 될 만한 글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또 하나는 '마더 테레사에서 빌 코스비까지 325인의 인생론' 이란 부제가 붙은 '내가 인생에서 배운 가장 소중한 것' 이다 (새로운 사람들刊) . 뷰 바우먼이라는 미국인 14살 먹은 소년이 세계의 유명인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그들의 답장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성공한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덕목이란 게 결국은 자신과 이웃에 대한 차별 없는 사랑, 그리고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임을 깨닫게 해준다. 나는 움직이는 차 안에서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창밖에 보이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죽어가고 있지 않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책 모두 당신의 휴가를 쉼표에서 물음표, 마침내는 느낌표로까지 연장해 줄 것이다.

세상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 의미 해석에 차이가 있을 뿐. 이번 여름에는 거울 앞에서, 혹은 숲이나 바다와 마주 앉아 스스로와 진득하게 대화해 보기 바란다.

그 대화를 쓸쓸하지 않게 하고 싶다면 좋은 책들을 만나 남들이 살아온 혹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눈을 돌려볼 일이다.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던 문이 내 쪽으로 당겨보니 가볍게 열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조금만 세상을 당신 쪽으로 당겨보기 바란다.

주철환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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