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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탈주범에 물어뜯긴 경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탈옥수 신창원 (申昌源)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참담함이다.

주차해 있던 도난차량 검문으로 다 잡힌 것이나 다름없는 범인에게 무술 유단자라는 경관이 귀를 물어뜯기고, 권총까지 빼앗기게 되자 "권총만은…" 하며 사정했는가 하면 맨발로 달아나는 범인에게 2명의 경관은 총 한방 쏴보지 못했다.

현장으로부터 시민의 신고를 받은 경찰지휘소에서는 관할이 다른 엉뚱한 경찰서에 출동명령을 내리는 바람에 출동 경찰관들이 현장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졌다.

그런 사건이 다른 곳도 아닌 수도 서울에서 일어났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건은 경찰의 기강해이와 직무수행 태세 및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민은 불안하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을 살피면서 곳곳에 우리경찰의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첫째, 겉도는 수배.검문체제다.

유류품 등의 수사로 신창원은 서울.대전.구미.진주 등 전국을 무인지경을 누비듯 활개치며 절도, 특히 차량절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계마다 길을 막고 검문이 행해졌는데도 훔친 차량을 이용한 도피과정에서 신창원은 검문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을 물어뜯고 달아난 서울포이동의 유기차량 안에서 전국 곳곳의 번호판이 4개나 발견됐으며, 지난 5월 대구에서는 훔친 차를 타고 가던 신창원이 '차량 선팅' 으로 적발돼 범칙금까지 부과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는 대목에서는 그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교육.훈련의 소홀이다.

이번 포이동사건에서 검문경관은 문제의 승용차가 지난 14일 서울성북동에서 도난당한 차량임을 알아내고도 일단 범죄용의자로 추정되는 탑승자를 몸수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몇마디 꼬임에 넘어가 당구장 입구까지 따라가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총 한방 못 쏜데다가 책임회피에 급급한 나머지 허위보고까지 했다.

유사시에 대비해 대기중이던 기동인력은 엉뚱한 곳에 투입됐으며 공조체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흔히 치안문제를 이야기할 때 인력부족을 탓하는 경우가 많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의 경우 4천5백만 인구에 경찰이 15만이지만 일본은 1억2천만 인구에 경찰이 25만이다.

1인당 3백명대 4백80명이다.

비결은 주민으로부터의 치안협조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고도 하는 협조체제가 이뤄져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경찰 전체가 군림하는 모습이 아닌 서비스하는 집단으로서의 거듭남이 필수적이다.

물론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운용체제의 전면검토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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