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 낳고 싶은 사회의 조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1호 35면

최근 공기업에 근무하는 대학교 때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그는 맞벌이 부부다. 30대 초반에 결혼해 10여 년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않고 있다. 결혼 조건으로 애를 낳지 말자고 약속을 한 건 아니다. 부부가 특별히 애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종종 더 늦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걱정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안 낳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친구는 “회사에서도 출산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한 장려 제도 같은 게 없다. 사실 뚜렷한 동기가 없는 셈”이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에게 출산을 하면 돈으로 보상을 해 주는 회사(6월 28일자 중앙SUNDAY 1, 8면)가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자 “그런 회사가 있어? 어디에 있는 무슨 회사야?”라며 솔깃해했다.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이런 출산에 대한 관심 유도는 4월 1일부터 획기적 보상제도가 시행된 건설-시행사 DSD삼호 안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던 현상이다. 일단 직원들이 놀랐다고 한다. 놀라움은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아이가 없는 젊은 직원들의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가족 계획을 바꿔 올해 안에 임신을 하겠다는 신혼의 여직원도 나왔다.

중앙SUNDAY에 이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이디가 ‘jds7715’인 주모씨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중소기업이 하고 있다. 그리고 셋째 아들부터 군 면제 혜택을 주자는 제안은 신선한 아이디어다. 시행하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모(ID:soocheun)씨는 “그(DSD삼호 김언식 회장)를 명예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 의견도 있었다. 차모(tkfkd142)씨는 “국가에서 보육시설을 더 늘리고, 보육수당을 전액 부담하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된다. 아이를 낳는 여성들에게 직접 혜택이 가는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현금보상제를 두고서는 돈으로 출산을 사는 것 아니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출산율 저하는 국가의 존립과 관련이 있다. 오히려 경제 위기 속에서도 회사 오너가 신념을 갖고 이런 제도를 시행한다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취재 과정에서 김 회장은 매달 현금 보상을 택한 이유에 대해 효과가 즉각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이어서였다고 설명했다.

현금 보상이 최선의 출산 장려 방안은 아니다. 기업마다 회사 문화에 맞는 독특하고 다양한 제도를 운용할 수 있다. 기저귀 제조 회사로 이름난 ‘유한킴벌리’는 현금 보상보다는 근무 환경 조성에 힘을 쓴 경우다. 시차 출퇴근제, 출산 휴가제, 임신부 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가 정착돼 있다. 방법은 달랐지만 두 기업의 임직원들은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긴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도도 높다고 한다.

본지 보도가 나가고 사흘 뒤인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의 중소기업 대표들 모임인 강남상공회가 ‘출산율 높이기 결의대회’를 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기업이 앞장서면 정부나 지자체가 돕고, 여기에 국민이 호응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