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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홍수와의 싸움, 이제 시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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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불난 끝은 있어도 물 난 끝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경계하는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홍수를 ‘이상홍수’로 표현하고 있다. 이상홍수는 지구온난화, 도시화, 집중호우의 증가, 강우 특성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이상홍수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이로 인한 피해와 복구비는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장마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장마 예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여름철 강수 패턴이 장마 전후 많은 비가 내리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장마 예보 발표 여부와 관계없이 6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 강우량의 3분의 2가 집중되고 게릴라성 국지적인 집중폭우가 빈발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이상홍수와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는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축대나 절개지 등 고질적인 재해위험지구 정비 소홀, 공사장 방치나 마구잡이 개발 지역 등 기본적인 호우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과 재산 피해가 되풀이돼 왔다.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전에 대비를 철저히 한다면 그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 청은 지난해 7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일대의 야간 돌발 홍수 사태 때 65가구 135명의 주민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을 이장의 사례를 교훈 삼아 산간지역의 국지적인 집중호우에 대비해 본부 상황실과 마을 이장 간 쌍방향 정보 공유 핫라인을 연결하는 조기경보 발령체계와 신속한 총력 대응체계를 확립, 피해를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 산간마을 이장과 지역자율방재단장 등 600여 명을 ‘현장재난관리관’으로 위촉·운영한다.

무엇보다도 각 자치단체장들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간다’는 심정으로 수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재난 예·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재난정보 전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재해로부터 주민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주민들은 붕괴나 산사태 위험이 있는 축대나 절개지는 없는지, 막힌 하수구나 고장 난 배수펌프장은 없는지, 상습 침수지역인 농경지의 대비책은 강구되었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정비해야 한다. 특히 집중호우 때 공사장이나 신호등·가로등, 저지대 반지하 주택 등의 침수에 따른 감전사고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수해까지 당하는 일은 정말 없어야겠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중요한 기능과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국민의 협조와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박연수 소방방재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