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늦깍이 시인 등단 서초구청 조방준 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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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초구청 직원들은 요즘 조방준 (趙芳濬.50) 건설관리계장을 '계장' 이 아닌 '시인' 으로 부른다. 趙씨의 자작시 3편이 '월간문학21' 6월호에 실리면서 등단했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시인 - .언뜻 보기에 물과 기름같이 어울리기 어색한 분야를 양립하고 있는 趙씨는 오히려 자신의 직업 때문에 시작 (詩作)에 관심을 두게됐다.

25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고있는 趙씨는 최근 총무과.기획감사과 등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윗사람들의 인사말을 대신 작성하는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이 일의 핵심은 부드럽고 유려하게 문장을 표현하는 것으로 '직설적이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돌려 말해야 한다' 는 시의 속성과 비슷했다.

시에 관심만 두고 있던 趙씨가 시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95년부터. 당시 문화계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서울대 유안진 (柳岸津) 교수 등을 초빙, 구민들을 상대로 매주 한번 시 강좌를 개최했고 자신도 수강생으로 참여했다.

그러던 그가 시를 직접 쓰기로 마음먹은 때는 공무원의 구조조정 얘기가 돌기 시작했던 올초. '마음을 비우고 시나 쓰자' 는 생각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趙씨는 "시를 쓰다보니 그동안 세상사에 찌들어 생긴 불면증도 없어졌다" 며 "앞으로 3백편의 작품을 완성하면 시집도 낼 생각"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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