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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간첩 시체 1구 발견…잠수정 침투 20일만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강원도 동해시 해안가에 잠수복에 기관단총을 휴대한 북한 무장간첩 남자시체 1구와 침투용 추진기 1대 등 수중장비가 12일 잇따라 발견됐다.

국방부는 2~3명의 다른 공작원이 침투했을 가능성에 대비, 이날 오전 인근 해안부대에 간첩침투시 내리는 '진돗개 하나' 를 발령해 수색작전을 시작했다.

국방부는 "발견된 장비로 볼 때 시체는 북한 무장간첩이 확실하다" 며 "사망시점은 입속의 피가 응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발견 24~48시간 이내로 추정된다" 고 발표했다.

이번 침투사건은 지난달 22일 북한 잠수정이 침투한지 20일만에 일어난 것으로 시체 발견장소인 동해시 어달동 해변가는 지난 잠수정 침투사건이 일어난 속초 인근에서 남쪽으로 불과 45마일 떨어진 곳이다.

이때문에 대북 햇볕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정부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남북간 긴장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오전 10시 통합방위본부와 임동원 (林東源) 외교안보수석의 보고를 받고 철저한 대처와 경계강화를 지시했다.

◇ 시체 = 신장 1m68㎝ 가량으로 잠수복 차림에 몸에 쌍열 산소통.오리발 1쌍.수경.빨대.모래색 점퍼. 녹색조끼.세이코시계. 손전등.초콜릿 2개.미숫가루 3봉지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간성 - 주문진 - 산성우리의 항로를 기입한 해도와 함께 메모리식 무전기 (수신용).통신문건 등 국내에서 사용할 공작장비도 함께 발견됐다.

특히 앞가슴에는 걸빵식으로 매여 있는 체코제 기관권총 1정과 어깨에 사각수류탄 1개, 겨드랑이에는 단검 1정이 꽂혀 있었으며 망원경 2개와 수중 교신용 장비, 각각 1m (1개).70㎝ 정도 길이의 호흡기 3개 등도 함께 발견됐다.

◇ 침투용 추진기 = 낮 12시쯤 시체가 발견된 곳에서 70여m 떨어진 바닷가에서 침투용 추진기가 발견됐다.

침투용 추진기는 길이 1m57㎝.지름 33㎝ 크기로 손잡이 부분 파이프라인에 4개의 끈이 달려 있어 한번에 3~5명이 이용할 수 있고 시체와 함께 발견된 산소통에 호흡기도 3개가 달려있어 북한공작원이 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간첩이 공작모선이나 잠수정에서 침투용 추진기를 이용해 우리 해안가로 침투하거나 침투조를 내려놓고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군 수색작전 = 군 당국은 신고 즉시 현지 군부대의 합심조를 현장으로 출발시키는 한편 해군 함정 4척을 긴급 출동시켰다.

또 기뢰탐색함 1척, 호위함 1척과 고속정 2개 편대, LYNX 대잠헬기 등을 출동시켜 침투용 추진기를 가지고 왔을 북한 모선에 대한 수색작업을 계속했다.

◇ 대북 항의 = 정부는 13일 오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사무실에서 열리는 유엔사.북한간 비서장급 접촉에서 무장간첩 침투사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16일로 예정된 유엔사.북한간 장성급 회담을 앞당겨 열 것을 북한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동해 = 홍창업.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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