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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관리들 9·11 미리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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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대선을 석달여 앞두고 22일 발표된 9.11 테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따라 공화당과 민주당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원회가 정부의 대(對)테러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반면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보고서가 부시 행정부의 지도력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다소 실망하는 기색이다.

◇공화, 정치적 부담 덜어=위원회는 "9.11 테러 공격을 막지 못한 것은 관리들의 상상력 때문이었다"면서 "우리는 지도자들이 그 (알카에다의) 위협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내심 고민해왔다. 부시 대통령의 대테러 정책에 결정적인 실수가 있다고 보고서에서 지적할지를 염려해서다. 그러면 대선에서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이번 보고서로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와 관련된 정치적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공화당은 보고 있다.

보고서가 이라크전의 명분이 됐던 알카에다와 이라크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도 부시의 재선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위원회는 "테러 공격과 관련해 협조적인 관계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알카에다가 이라크를 테러 기지로 사용하려 했다고 여겨진다"고 발표했다. 부시는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지 못한 데다 알카에다와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아 고전해왔다.

부시 대통령이 최종보고서를 "매우 건설적"이라며 환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케리 의원은 이날 디트로이트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이 보고서는 모든 미국인들에 대해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 "이는 부시 행정부의 '지도력 부재'문제"라고 말했다.

◇새로 밝혀진 사실들=9.11 테러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UPI통신은 최종보고서가 발표되기 하루 전 조사위원회에 파키스탄 정보관리들이 9.11 테러 공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문서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는 또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인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군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투석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도 이 문서가 전달되기 전에 보고서에서 이미 "파키스탄은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을 기지로 활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 측은 "파키스탄 정보관리들이 9.11 테러를 미리 알았다는 주장은 이미 거짓으로 밝혀졌다"며 부인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승객들이 조종실의 납치범들을 제압한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과의 격투가 있었지만 추락 당시 조종실은 여전히 납치범들이 장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알카에다가 9.11 테러 공격 전후 국제 금융시장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남겼다는 의혹과 소문에 대해서도 아무런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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