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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힘 ② 틈새시장 개척으로 위기 넘어 대박 터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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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천 연수동에 있는 바이오 제약업체 셀트리온의 ‘바이오리액터홀’. 세포를 배양하는 이곳은 대형 배양기를 중심으로 스테인리스관이 여기저기로 뻗어 있다.

인천시 송도동 셀트리온 본사 생산동 3층 바이오리액터홀에서 한 직원이 세포 배양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박종근 기자]


세포배양팀의 양성욱 차장은 “반도체가 ‘먼지와 전쟁’이라면 우리는 ‘오염과 전쟁’”이라며 “공기 중 이물질까지 차단하는 설비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반적인 화학합성 약품과 달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세포 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상업용 제약물질을 만드는 곳이다. 미 제약사 BMS, 프랑스의 사노피 아벤티스, 호주 CSL 등에 주로 공급한다.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8% 늘어난 408억원, 영업이익은 846% 증가한 1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약 44%에 달한다. 올해는 매출 1400억원에 550억원의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김형기 수석부사장은 “내년부터 자체 개발한 바이오 시밀러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생산이 본격화되면 매출이 두 배 이상 늘고 영업이익률은 60%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시밀러란 기존 의약품의 성분·함량을 유지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끝난 뒤 생산이 가능한 의약품을 말한다. 일반적인 합성 복제약과는 달리 세포배양기술이 있어야 한다.

셀트리온은 이같이 틈새시장을 개척해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높은 수익을 얻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틈새 시장개척으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강호영 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일부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외국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을 ‘환율효과’로 설명하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특히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최근 성과를 거둔 한국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다른 나라 기업들이 외면하던 인도의 플랜트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이 회사는 올 2월 인도 국영석유회사 ONGC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4억 달러 규모의 에틸렌 플랜트 계약을 했다. 인도 구자라트주 남부 다헤즈 경제특구에 세워지는 이 플랜트는 연 110만t의 에틸렌과 연 34만t의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 계약은 1997년 삼성엔지니어링이 인도에 진출한 이후 일곱 번째다. 박기석 마케팅 본부장은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휩쓸던 90년대 말 인도에 진출한 일본·유럽의 플랜트 건설 업체들이 시장이 작다며 모두 철수했지만 우리는 현지법인을 계속 유지해 신뢰를 쌓은 것이 이번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매출 9216억원, 영업이익 892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7%, 199.7% 늘어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LG이노텍은 전자 부품시장에서 닦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틈새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초정밀 모터 제조기술과 센서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용 소형 모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동차용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시스템) 모터, ‘토크 앵글 센서’(방향제어장치) 등이다. 모터·센서류 외에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차량용 전자제어시스템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차량전장사업팀을 별도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이노텍의 자동차용 전자부품 매출은 지난해 500억원 수준이었으나 내년에는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연결기준 매출 5470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14.8%(704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5.9% (124억원) 늘었다.

염태정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한국 기업의 힘 ① 나만의 기술, 세계 시장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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