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선국 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제갈공명의 사당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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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결승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1보(1~12)=우승조차 지겨울 만큼 이기고 또 이겼던 이창호 9단이 언제부턴가 준우승만 다섯 번 기록하고 있다. 나이(만 34세) 탓, 결혼을 하지 않은 탓 등 설이 무성하지만 승부세계란 본래 영원한 강자가 없는 법이다. 상대는 오랜 세월 이창호의 ‘밥’이었던 중국의 창하오 9단이다. 중국의 일인자였던 창하오는 한때 이창호에게 12연패를 당하며 추락했다. 영영 다시 일어서지 못할 줄 알았으나 창하오는 바닥에서부터 다시 일어났다. 춘란배 결승 대국 장소는 쓰촨성 청두에 있는 제갈공명의 사당 무후사(武侯祠). 연전에 기자도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그곳은 수많은 전각마다 유비를 비롯한 촉나라 인물들의 초상들과 제갈량이 쓴 출사표 등이 기품 있게 진열되어 있었다. 이번 대국엔 따라가지 못했으나 제갈량의 초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수(手)를 겨루기엔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1국은 창하오의 승리. 3번 기니까 이창호에겐 이 판이 막판이다.

5의 중국식 포진에 6은 흔한 수. 여기서 ‘참고도1’처럼 응수하면 보통이나 이창호는 7로 틀었다. 이 수는 ‘참고도2’를 기대한 것. 그러나 창하오 역시 상대의 주문을 거슬러 8로 협공했고 다시 12에 붙여 급전을 유도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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