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열연공장 완공…동부그룹 40년 숙원 풀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김준기(65) 동부그룹 회장은 1일 충남 당진군 송악면 동부제철 전기로 열연공장에서 만든 첫 생산품에 ‘세계 제일’이라는 글자를 썼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 열연공장은 2년여에 걸쳐 165만㎡(약 50만 평) 부지에 8700억원을 투입해 완공됐다. 연간 300만t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열연강판이란 쇳물을 녹여 만드는 철판으로 각종 철강제품의 기초가 된다. 스크랩(고철)을 원료로 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전기로 열연공장이 있지만 이 공장은 뚜껑이 있는 전기로에 고철을 예열해 넣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게 동부제철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열연 및 냉연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업체가 됐다. 이날 공장 가동 행사에는 김 회장과 한광희 사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1일 새로 완공한 전기로 열연공장에서 처음 생산한 열연코일에 ‘세계 제일’이란 글자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1970년대 초 합금철 사업을 시작으로 제철업에 뛰어든 지 40여 년 만에 열연공장을 완공해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최근 그룹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알짜 회사로 꼽혀온 동부메탈 매각과 관련해 김 회장은 “동부메탈이 좋은 회사지만 기업이 망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며 “반도체 사업의 발전을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부메탈은 동부하이텍의 농업·유화 부문과 함께 반도체 사업의 손실을 메워주던 3개 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쓰나미(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동부메탈은 일본에 가서 기술도 배워오고 부도위기를 막아가며 키워온 회사인데 …”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 해 3000여억원의 적자를 내는 반도체 부문에 대해 그는 여전히 강한 애정을 표시했다.

김 회장은 “반도체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이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는데 갑작스러운 세계적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곧 동부그룹의 주력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삼성전자도 반도체에서 수익을 내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며 반도체 사업의 성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당진=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