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외국선 열기 국내선 찬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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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96년 세계최대 신발업체인 나이키사는 침체에 빠진 골프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도박' 을 했다.

골프신동 타이거 우즈를 발굴, 5년간 광고모델은 물론 나이키 모자.셔츠 등을 착용하는 조건으로 4천만달러에 계약한 것. 결과는 우즈가 혜성같이 부상하면서 나이키 골프의류 등의 매출도 급신장, 지난해 매출이 96년보다 60% 증가한 1억8천만달러를 기록하면서 나이키는 의류시장 1위 고지를 점령했다.

박세리 선수가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삼성도 나이키와 같이 스포츠 마케팅에서 '홈런' 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같은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것이다.

스포츠마케팅 자체가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는데다, 심각한 불황 속에서 각 기업들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스포츠단들을 잇따라 해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8일 '박세리 우승과 스포츠마케팅' 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스포츠팀의 잇단 해체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스포츠마케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 분석에 따르면 박세리선수의 우승으로 삼성은 당장 1억7천만달러 (2천4백80억원) 이상의 광고.마케팅효과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됐다.

삼성이 그동안 박세리에게 투자한 돈은 계약금 8억원.3년 연봉 3억원.코치인 레드베터의 강습비 1백80만달러등을 합쳐 30억원대. 삼성은 '휴먼벤처' 박세리를 키워 1년6개월여만에 2천억원 이상의 효과를 봤고 앞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려증권 (배구).코오롱 (농구) 등 수십개의 스포츠단이 해체됐다.

당연히 선수들은 운동장을 떠날 수밖에 없어 재능있는 유망주 발굴은 생각도 못하는 일이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김준환 (金俊煥) 수석연구원은 "스포츠마케팅은 적은 비용으로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라면서 "요즘같은 상황에서 이런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고 말했다.

金수석연구원은 특히 이 과정에서 일확천금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자질 뿐만 아니라 시장의 상품성까지 철저히 고려, 박찬호.노모등 동양선수를 발굴해 크게 히트를 친 LA다저스 구단은 비슷한 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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