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폭염 사망 피해 조심

중앙일보

입력

10년만의 폭염이 '살인 더위'가 되고 있다. 무더위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사망.일사병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건강관리 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잇단 인명피해=21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최모(23.무직)씨의 집에서 최씨가 숨진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체장애 2급으로 간질을 앓고 있는 최씨가 최근 무더위를 못 견뎌 했다는 가족의 진술로 미뤄 더운 날씨 때문에 병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날 낮에는 부산 사상구 삼락동의 D모텔 맞은 편에 있는 낙동강 둑 나무그늘에서 무더위를 피해 잠자던 한모(89)씨가 숨졌다.

울산 남구 삼산동 태화강에선 둔치 산책로를 걷던 50대 남자가 일사병으로 갑자기 쓰러진걸 이웃 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특히 대구에선 22일 50대 환경미화원이 어지럼 증세를 보여 쓰러졌고, 노점상 이모(63) 할머니가 탈진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는 등 폭염 사고가 잇따랐다.

◇폭염도 재난=지난해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 등에선 이상 고온으로 1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이처럼 끔찍한 폭염 피해의 무풍지대는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아주대의 장재연 교수(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단기간의 혹서로 한국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하루 최고기온 평균이 섭씨 32.2도를 기록한 94년 7.8월에 교통사고를 뺀 서울의 사망자는 5742명으로 전년 같은달(27.5도)과 후년의 같은 달(28.5도)에 비해 700~900년 가량 많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하루 최고기온이 30도가 넘는 날은 91년 33일에서 2000년 53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우려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22일 폭염을 '재난' 개념에 포함시켜 정부차원에서 종합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서종진 방재청 재난종합상황실장은 "35도를 넘나드는 이상 고온에 대해 한파주의보와 같은 경고 주의보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폭염 발생시 국민행동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 요령=특히 무더위에 취약한 노인이나 유아 등이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야외에서 오랜시간 일하는 사람들은 아이스 팩이 부착된 조끼를 입거나 근무시간을 잠깐이라도 줄이는게 좋다. 운동경기 등 각종 외부행사도 자제하는게 바람직하다. 식사는 균형있게 섭취하고, 충분한 물을 섭취해야 한다.

선풍기 등 냉방기구를 틀어놓고 자는 것도 금물이다. 산소부족으로 호흡을 하기 어려워지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잠들기 전에 냉방기 가동시간을 미리 정해놓거나, 바깥 공기가 통하도록 창문을 열어두는게 좋다. 에어컨은 1시간 이상 가동하지 않고, 바깥 기온과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열대야로 잠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게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흥분을 일으키는 술이나 커피.담배 등은 피하고, 처음에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 서서히 찬물로 바꾸는 방식으로 샤워를 하는 것도 체온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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