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최하림 '밤에는 고요히 어둠을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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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는 버드나무 아래로 송사리 피라미

물방개 같은 것들이

굽어치는 물속으로, 거칠고 맵시 있게

노닐면서

사라지는 것을 본다.

밤에는 고요히 어둠이 온다

나는 더듬거리며 '어둠이여' 라고 부른

어둠이 이불처럼 감싸고 잠들 준비를

하게 한다

- 최하림 '밤에는 고요히 어둠을 본다'

사물에 대한 밝은 눈을 가진 최하림 (崔夏林.59) 은 이제 사물과 자아 사이의 오랜 친화에 길들여졌다. 그는 풍경 혹은 환경에 현란한 수사없이 그 대상으로부터 낮은 소리를 내게 하고 있다.

밤이란 시인의 영원한 소재다. 하지만 한 시인의 묵상을 통해 그 밤조차 정물화 크기로 겸손해진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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