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드나무 아래로 송사리 피라미
물방개 같은 것들이
굽어치는 물속으로, 거칠고 맵시 있게
노닐면서
사라지는 것을 본다.
밤에는 고요히 어둠이 온다
나는 더듬거리며 '어둠이여' 라고 부른
다
어둠이 이불처럼 감싸고 잠들 준비를
하게 한다
- 최하림 '밤에는 고요히 어둠을 본다'
사물에 대한 밝은 눈을 가진 최하림 (崔夏林.59) 은 이제 사물과 자아 사이의 오랜 친화에 길들여졌다. 그는 풍경 혹은 환경에 현란한 수사없이 그 대상으로부터 낮은 소리를 내게 하고 있다.
밤이란 시인의 영원한 소재다. 하지만 한 시인의 묵상을 통해 그 밤조차 정물화 크기로 겸손해진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