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창립 멤버 박용만씨 정년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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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창립 멤버였던 박용만(60·사진) 대검 관리과장이 29일 정년 퇴임을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년 퇴임식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32년간 몸 담았던 검찰을 떠났다. 1981년 4월 대검 중수부가 출범했을 때 참여했던 검사·수사관 가운데 가장 마지막까지 현직에 남아 있다가 옷을 벗은 것이다.

박 과장은 인터뷰 요청을 받고는 “주제 넘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치다가 어렵사리 응했다. 그가 검찰 수사관이 된 것은 77년이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당시 초임 검사로 자신과 같은 시기에 수원지검(당시 서울지검 수원지청)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81년 대검 특별수사부가 ‘중앙수사부’로 문패를 바꿔달고 출범하면서 수사팀에 배치됐다. 그 뒤 14년 동안 대검 중수부에서 근무했다. 박 과장이 ‘모신’ 대검 중수부장만 10여 명에 이른다. 이종남 전 감사원장(81년 중수부장), 김두희 전 법무부 장관(83년),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91년),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93년) 등 “쟁쟁한 인물들”이었다.

82년엔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이철희·장영자 사건에 참여했다. 중앙정보부(중정) 차장 출신인 이철희씨 수사 과정에서 전직 중정 요원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는 “중정 출신 인사들의 빈틈없는 모습에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며 웃음을 지었다. 중수부가 방송국 예능 비리 수사에 나서면서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을 조사실에서 만나기도 했다. 95년 중수부를 떠나 줄곧 일반 부서에서 근무했다. 마지막 보직인 대검 관리과장으로 있으면서 올해 4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검 출두 모습을 지켜봤다. 노 전 대통령의 출두 및 귀가시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현장 감독 업무가 그의 몫이었다. 박 과장은 “대검 청사를 나서는 노 전 대통령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데 일이 터지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과장은 그간 중수부가 겪어온 풍파를 ‘업보’라고 표현했다. 정치적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사건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정권 교체기 때마다 중수부 폐지론이 나왔고 논란이 거듭됐다”며 “결국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중수부 폐지론에 대해선 “개선할 여지가 있겠지만 중수부의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공직 생활 중에 만난 분들 중에서 단 한 분이라도 저로 인하여 행복하다고 느끼는 분이 계신다면 보람 가득한 검찰 생활이었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지 않고 힘든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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