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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52> 펀드 보고서 읽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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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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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펀드 스타일은 … 주식형·채권형·혼합형

학교가 어떤 교육 원칙과 스타일을 갖고 있느냐는 자녀의 성적과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펀드도 투자 스타일과 원칙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주변의 말만 듣고 ‘묻지마 투자’를 했다면 지금이라도 내 돈이 들어간 펀드가 어떤 스타일인지, 내 투자 성향과 맞는지 확인해 보자. 운용보고서 앞머리에 등장하는 펀드 명칭과 개요만 봐도 대략은 알 수 있다.

예컨대 펀드 명칭이 ‘미래에셋 브라질 업종대표 주식형 투자신탁’이라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돈을 굴리며, 주로 브라질의 업종대표 주식에 투자를 하는 펀드다. 주식형은 주식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펀드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높은 대신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채권형은 채권에 60% 이상 투자하되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안전 추구형’이다. 혼합형은 주식과 채권에 적당히 돈을 분산해 놓는 펀드다. 또 일정 기간에만 펀드 가입을 받고 만기까지 환매가 어려운 펀드는 단위형, 투자자가 원하면 언제든 돈을 추가로 넣거나 환매할 수 있는 것을 추가형이라고 한다.

5자리 숫자로 된 ‘펀드 코드’도 따로 기록해 두면 편리하다. 금융투자협회 펀드 공시사이트(dis.fundservice.net)에 들어가 이 코드를 입력하면 수시로 내 펀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쑥쑥 자라고 있나 … 기준가격

펀드도 성장을 한다. ‘간접투자재산 현황’을 보면 발육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펀드를 사고 팔 때 기준이 되는 기준가격이다. 펀드에 가입한다는 말은 곧 투자회사나 투자신탁이 발행한 수익증권을 사는 것이다. 그 수익증권의 단위가 좌다. 보통 1000좌의 가격이 기준가격이 된다. 펀드가 처음 발행될 때 1000원에서 시작해, 이후 펀드의 운용성과에 따라 매일 변한다. 전기 말에 비해 기준가격이 높아졌다면 그만큼 펀드도 성장했다는 의미다. 자신이 가입했을 때의 기준가격과 비교하면 손익도 금방 드러난다. 펀드의 자산이 늘면 기준가격도 올라간다. 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좋은 신호지만 장기간 게걸음을 하거나 갑자기 줄어들었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펀드 규모가 크다고 수익률이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 작은 ‘자투리 펀드’라면 제대로 관리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학생 수가 모자라 한 교사가 여러 학년을 모아 가르치고 시설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성적도 비교해 봐야 … 벤치마크(Benchmark)

성적을 볼 때는 절대치보다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어느 수준인지가 더 중요하다. 펀드도 그렇다. 내 펀드가 30%의 수익률을 냈더라도 다른 대부분 펀드의 수익률이 50%대라면 좋은 성적으로 보긴 힘들다. 비교를 위해선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하다. 이른바 ‘엄마 친구 아들’ 같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대상과 비교했다간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다. 펀드 수익률의 비교 잣대인 벤치마크로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보통 코스피 지수 증감률이, 채권형 펀드의 경우 채권종합 지수 증감률이 활용된다. 특정한 유형의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라면 잣대도 달라진다. 배당주 펀드의 경우 주요 배당주의 흐름을 따라가는 한국배당주가 지수(KODI)와 비교하는 식이다.

어느 한때 탁월한 성과를 거뒀더라도 그간 성적이 들쭉날쭉했다면 진짜 실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펀드도 꾸준히 벤치마크보다 나은 수익률을 내는 게 좋다. 이를 위해 1개월, 3개월, 6개월 등 기간수익률과 함께 1년, 2년, 3년 등 연평균 수익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 돈은 어디에 … 자산 구성

펀드가 내 돈을 어디에 넣어 돈을 굴리고 있는지는 ‘자산운용 현황’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 받았던 운용보고서와 비교해 보면 어떤 종목을 팔고, 어떤 종목을 샀는지 체크할 수 있다. 자녀가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오른다면 십중팔구 엉뚱한 과목에 시간과 정열을 쏟고 있는 것이다. 내 펀드도 혹 부실하거나 이미 고평가된 기업의 주식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초 약속한 투자 스타일과 다르게 운용하고 있는 경우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예컨대 배당주 펀드를 표방하면서도 막상 투자된 종목을 보니 성장주 위주라면 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달부터 운용보고서에 투자 종목을 기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투자 대상 종목을 모두 밝혔지만 앞으로는 펀드 내 보유 비중이 높은 5개 종목, 혹은 펀드가 보유한 주식 수량이 해당 종목의 발행 주식 총수의 1%를 넘는 경우에만 기재한다. 펀드의 투자 종목을 모두 확인하려면 펀드공시 사이트에 게재된 분기영업보고서의 ‘유가증권 내역 세부 현황’을 참고하면 된다.

펀드는 공짜가 아니다 … 총보수·비용 비율(TER)

자녀 교육에 돈이 드는 것처럼 내 펀드에서도 꼬박꼬박 대가를 받아가는 곳들이 있다. ‘보수지급 현황’에서는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나 받아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보험사 등이 많은 비율을 가져간다. 펀드 재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탁사, 펀드의 기준가 산정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사무관리회사도 돈을 받아간다. 또 펀드에서 주식을 사고팔 때는 증권사에 수수료를 줘야 한다. 이 보수와 비용을 합쳐 펀드의 순자산총액으로 나눈 것이 총보수·비용 비율이다. 이를 다른 펀드와 비교하면 투자자의 부담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판매사 수수료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음 달부터는 같은 펀드라도 판매사마다 수수료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이르면 11월부터 펀드를 환매하지 않더라도 판매사만 갈아탈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될 예정이다. 전화번호는 유지하면서 서비스가 더 나은 통신회사로 옮겨가는 ‘휴대전화 번호 이동제’와 흡사한 제도다.

비용과 관련해선 ‘매매회전율’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펀드가 주식을 얼마나 팔고샀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매매회전율이 100%면 전 종목을 한 번씩 팔았다는 얘기다. 회전율이 높아지면 거래수수료 부담도 그만큼 는다.

핵심 인물 표시 … 운용 개요·운용 전문인력

자녀의 담임교사가 풍부한 식견과 경력을 갖추고 있다면 학부모도 일단 마음을 놓는다. 펀드를 굴리는 것도 사람이다. 자산 운용보고서에는 펀드매니저 중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을 ‘책임운용전문인력’으로 표시한다. 내 돈을 굴리는 사람의 이름과 나이, 직책, 주요 경력, 운용 중인 다른 펀드 등을 여기서 살펴볼 수 있다. 만약 펀드매니저가 지나치게 자주 바뀐다면 위험 신호다. 펀드의 특징이나 색깔도 왔다 갔다 하고 수익률도 들쭉날쭉할 가능성이 있다.

‘운용 개요’는 펀드매니저가 보내는 가정통신문이다. 왜 이런 성과가 나왔고, 앞으로 펀드를 어떻게 운용할지 등을 직접 풀어 써놓는다. 펀드매니저의 전망과 자신의 시각을 비교해 보고 투자를 계속할지를 판단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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