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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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은 자녀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박동연(왼쪽)씨와 딸 박예은양. 전영기 기자 ykooo@joongang.co.kr

부모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
열공아빠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열공하게 돼요

①박예은(15·서울 영등포중 3)양은 이번 중간고사에서 전교 석차가 30등이나 올랐다. 아빠 박동연(44)씨의 모습에자극받은 덕분이다. 특급호텔 총부주방장인 박씨는 지난해부터 다시 늦깎이 대학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송호대 호텔조리학과 겸임교수로 강의도 하고 있다. 박양은 “아빠가 지난 1년간 각종 대회에서 7번이나 수상했다”며 “새벽 4시까지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고 말했다.
 
박동연씨의 일주일 시간표는 빡빡하다. 평일에는 근무처인 라마다호텔에서 퇴근한 뒤 식사할 틈도 없이 책을 집어들고 서재로 향한다. 경연대회에 제출할 요리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경연대회 준비과정은일반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과 흡사하다”며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세부적으로 준비하는 공부방식을 딸에게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말이 되면 인강으로 밀린 대학강의를듣는다. 작년에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호텔 외식경영학과에 교수추천특기장학생으로 진학했기 때문이다. 금요일은 다른 일을 마치고 새벽 1시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새벽4시를 넘기가 일쑤다. 주말과 일요일은 오전8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거의 쉬지 않고 공부한다. 박씨는 “일요일에 공부하는 내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TV를 끄고 밀린 공부를 하곤 한다”며 “그 모습이 보기 뿌듯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②임소영(19)양은 올해 고려대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임양이 말하는 대입 성공비결은 ‘독서실’ 집안분위기. 임양은“항상 독서실에 갔다 집에 오면 엄마아빠가 모두 공부중이었다”며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당연히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빠 임석철(52·아주대 입학처장)씨는 “딸이 고3일 때 엄마가 박사과정을 준비했다”며 “엄마가 잔소리를 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논문을 준비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딸에게 자극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가 퇴근 뒤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보통 3시간. 밤 10시쯤 퇴근해서 아이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제외하면 새벽 1시에 잠들기 전까지 서재에서 연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임씨는 ‘아빠가 공부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성취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된다는 것이다.
 
임양이 아빠의 공부방법에서 배운 노하우는 장·단기목표 설정하기. 임양은 “아빠에게 주어진 수많은 업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방법이 신기해 옆에서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며 “공부도 체계적으로 정리를 잘 했을 때 수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학기중으로 끝내야 할 단기목표와 수년간 지속해야 할 연구프로젝트를 아빠가 특징별로 분류해 정리한 표를 고3때 계획표를 짜는데 따라해 본 것.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임양은 “월별로 끝낼 것과 수능때까지 끝내야 할 것들을 잡아놓고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중요한 것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메모하는 습관도 아빠에게 배운 것” 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아이들과 활동하는 시간대가 달라 주말을 제외하면 얼굴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아빠의 이번 목표가 무엇인지,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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