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브리핑]학술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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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초 학계는 허탈감과 자기비판으로 시작됐다.

수많은 IMF 위기진단과 극복방안을 다룬 학술행사가 진행되면서 지식인의 자기반성도 두드러진 기간이었다.

지난해 말 한국공공정책연구소 (소장 성경륭.한림대교수) 의 '21세기의 변화전망과 국가경영의 신패러다임' 세미나에서 김진현 서울시립대 총장이 지식인의 '역사적 범죄' 를 질타한 이후 올해 초 송호근 교수 (서울대.사회학)가 'IMF사태를 겪는 한 지식인의 변명' 이라는 부재를 달고 출간한 '또 하나의 기적을 향한 짧은 시련' (나남刊) 과 '현대사상' (민음사) 여름호 별책으로 최근 출간된 '1998 지식인 리포트' 등이 대표적.

그런 가운데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세계화론.민주주의 공고화론.유교자본주의 등 거품 시기의 지적 유행이 현실을 은폐하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았다.

이 기간 학술교양잡지들이 대량 폐간되는 사태를 맞았다.

프랑스 문화와 철학을 소개하기 위해 창간했던 '세계사상' (동문선) 을 비롯한 '대화' (크리스쳔아카데미). '열린 지성' (교수신문사) 등이 그 예. 반면 비판적 지성이 요구되는 시점이어선지 '창작과 비평' (창작과 비평사). '역사비평' (역사비평사) 등 학술지들은 20~30%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최근 도입된 학부제 영향으로 대학에서 기초과목의 연구 토대가 무너지는 현상을 보였다.

국내외 한국학 분야도 마찬가지 상황. 한국학의 대표적 학술지인 '한국학보' (일지사) 도 폐간키로 했으나 미국 실리콘벨리의 첨단 벤처기업 앰백스사를 운영하는 이종문 (70) 씨의 지원으로 속간키로 한 것은 어려움 속에 빛을 던져준 사건이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의 통폐합 문제도 학계의 큰 관심과 쟁점을 불러모았다.

이 기간 고고학의 우뚝한 성과를 꼽는다면 단연 고조선의 미송리형 토기 7점을 찾아낸 것 (본지 4월1일자 1면 참조) .본지 단독기사이기도 했던 이 쾌거는 국내 소장가가 해방 전에 입수한 것을 북한이 소장한 것보다 더 완벽한 상태로 내놓은 것이어서 학계를 흥분시켰다.

한편 민속학계 원로 임석재 옹, '포스트모던' 이라는 용어를 철학용어로 등록시킨 프랑스 철학자 장프랑수아 료타르가 타계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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