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병마도 물리친 45세 '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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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병마를 이기려고 무작정 뛰었지만, 이제는 더 나은 기록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4일 강원도 철원에서 열리는 '아이언트라이앵클 트라이애슬론대회'에 출전하는 문영용(45)씨.

한 사람이 수영(3.9㎞).사이클(180.2㎞).마라톤(42.195㎞)을 이어서 하는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신화적인 인물'로 통한다.

문씨는 2002년 6월 속초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에 처음 참가해 40대 출전자 중 4위에 올랐다. 지난 6월 통영 국제철인 3종 경기에서는 2위로 입상하는 등 '40대 최강 철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씨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전북 군산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후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이 잘 돼 휴가때면 외국으로 골프여행을 다닐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1991년 갑작스럽게 중풍이 찾아왔다. 오른쪽 반신이 마비됐고, 하루 20시간을 누워지내야 했다. 그러면서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30분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병세는 악화됐다. 병원.한의원.산속 요양원 등을 찾아다니며 치료받았지만 별다른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군산시 월명공원의 호수변에 서 있는데 어디선가 "병원에 가지 말고 뛰어라"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눈만 뜨면 무작정 뛰었습니다. 처음엔 10분도 못 뛰었지요. 물 한 모금도 마시기 힘들 정도로 소화기능이 약화된 상태라 뛰면서 엎어지고 쓰러지는 일이 계속됐지요. 하지만 종일 달리고 또 달렸어요. 매일같이 월명산 10개 봉우리를 다섯바퀴씩 돌기도 했고, 군산~장항을 왕복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무릎관절이 상하자 이번엔 수영에 도전했다. 하루 2~3시간씩 6~7km를 헤엄쳤다. 또 중학교 때 자전거 통학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매일 200㎞씩 자전거 페달도 밟았다.

10년 가까이 이렇게 운동을 하자 몸에 점차 힘이 붙었다. 발병 전 104kg이던 몸무게는 62kg로 줄었다. 구릿빛 피부에 근육질로 바뀌자 주변에서 '말벌''터미네이터'등의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면서 반신마비도 어느새 치유됐다고 그는 말했다.

문씨는 목회자의 길을 가기 위해 지난해 한일장신대 신학부에 편입했다. 현재 3학년인 그는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운동이 이제 나의 모든 것이 됐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뛰면 난치병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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