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은 그리운 곳에
어쩌다 때를 놓친 볼 붉은 열매들이
한 겨울이 지나가는 잔가지에 걸터 앉아
가지 끝 힘차게 밀어낸 어린 잎을 살피었다
발소리만 들려와도 움츠리던 잎새 아래
엄동 속 봄을 푼 춘란이 꽃대 올리자
바람은 마른 잎 거두어 가만히 덮고 가네
빈 병 속으로 기어든 애벌레 한 마리
떨어진 햇살 끝에 기대어 눈을 뜨고
산들은 그리운 곳에 길을 내어 놓았다.
최양숙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지구 쌍용아파트 102동 13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