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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정 인양 수색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25일 동해항에서는 군당국이 예인중 침몰한 북한 잠수정을 50시간 만에 바다 위로 끌어올리고 본격적으로 잠수정 내부수색에 나서 일부 물품을 수거했다.

그러나 잠수정의 두개 문 가운데 첫번째는 비교적 쉽게 열었으나 두번째 문은 굳게 잠겨있는데다 문 안쪽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잠수정 내부 수색작업이 상당시간 지연됐다.

…이날 오후6시15분쯤 잠수함 수색작전이 시작되자 동해항은 팽팽한 긴장 속에 빠져들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 취재진도 잠수정이 예인된 북방파제에서 철수해 인근 7부두로 옮겼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잠수정을 주시했다.

가장 먼저 드릴 등으로 잠수정 내부의 공기상태를 확인한 결과 유독가스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전 개시. " 수색작업을 진두지휘한 해군 56전대장 李영곡대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바로 해군특전부대요원 13명이 구역별로 배치됐다.

먼저 권총 등으로 무장한 2명의 제압요원이 잠수정의 해치 (출입구) 를 봉하고 있는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오후6시31분 예상 밖으로 손쉽게 해치가 열렸다.

바로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 투항을 권유하는 선무활동이 이어졌다.

특전부대 요원들도 혹시나 내부에 생존해 있을지 모르는 북한 승조원이 사격 등 반격을 가해올 가능성에 대비, 5분여 동안 동향을 살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오후6시40분 특수요원 2명이 권총을 겨누고 내부에 들어갔다.

…잠수정으로 들어가던 요원은 뜻밖에 1차해치 2m50㎝ 밑에 2차해치가 나타나자 몹시 당황했다.

그곳에 고인 30㎝ 가량의 물을 양동이로 빼낸 특수요원들은 호흡기가 달려있는 미제 (美製) 아쿠아잠수기 (개방회로잠수기.침투장비의 일종) 1세트와 보자기에 담겨 있는 오리발 부츠 3세트, 롯데칠성사이다 빈 페트병 1개, 사각사각 복숭아 페트병 1개를 발견했다.

"국산 음료수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남측에서 활동한 요원이 이 잠수정에 탄 것 아니냐" 는 성급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군당국은 강릉침투 무장공비였던 잠수함 전문가 이광수 (李光洙) 씨를 불러 2차 해치 개방 방법을 숙의하기 시작했다.

20여분간 면밀히 2차해치를 관찰하던 李씨는 "도저히 여는 방법을 모르겠다.

또한 2차해치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고 밝혔다.

오후8시30분 다시 전열을 정비한 특수대원들이 폭발물처리반 2명과 함께 조명시설이 설치된 특수총기를 들고 잠수정 내부 진입을 시도하면서 다시 동해항은 '긴장의 바다' 로 변해갔다.

…오후3시쯤 노란색 공기주머니 (리프팅볼)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구조함 청해진함에서 작업을 지원했던 수병들과 인양작업에 참가했던 해군 해난구조대원 (SSU) 들은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해난구조대원들은 오후2시50분부터 리프팅볼에 공기를 주입, 1시간여 뒤인 오후4시 전후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빠른 10분 만에 떠오른 것이다.

…잠수정이 부상하자 해군은 곧바로 2대의 예인선 (YTL)에 줄을 걸어 오후3시47분부터 다시 침몰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예인해 오후4시45분쯤 내항까지 끌어 들였다.

예인작업은 선수 일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난 잠수정을 YTL 1대가 앞에서 끌고 30m 뒤 다른 1대가 선체의 균형을 잡아가며 진행됐다.

동해 = 이찬호.홍창업.김현기.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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