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다리 아래 洑가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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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34면

파리를 관통하는 센강과 뉴욕으로 흘러드는 허드슨강에는 본류 구간에만 10여 개의 보가 각각 설치돼 있다. 미라보 다리 아래를 지나 노트르담 성당을 돌아오는 유람선도 알고 보면 이 보들 중 하나가 안정적인 수위와 수량을 유지해 주는 덕택에 운항이 가능하다. 엘베ㆍ라인ㆍ템스ㆍ론ㆍ루아르ㆍ세인트로렌스ㆍ미시시피 등 도시 지역을 끼고 흐르는 세계의 이름난 강들은 모두 정교한 인공의 솜씨로 잘 정비된 보가 있어 생활용수 공급은 물론 여가ㆍ발전ㆍ주운(舟運)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의 강에도 1만7000여 개의 크고 작은 보가 있어 각종 용수를 확보할 수 있고 도시의 수변공간도 넓어지고 있다. 한강변에 여가를 즐기는 시민이 북적이고 아파트값이 올라가는 것도 신곡ㆍ잠실 수중보 덕분이다. 물론 팔당ㆍ청평ㆍ의암댐도 규모가 클 뿐 강 본류에 설치된 일종의 보라고 할 수 있다.

4대 강에 보가 만들어지면 물 흐름이 정체돼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한강이나 외국의 예를 생각해 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소양강댐의 물은 체류 기간이 최장 390일이나 되지만 수질에 문제가 전혀 없다. 위에 언급한 세계의 강들도 수질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 않다.

한강은 오히려 수중보 덕택에 수량이 풍부해져 어류와 조류 등 수중ㆍ수상 생태계가 훨씬 다양해졌다. 지속적인 수질 개선 사업을 벌여 온 결과 청정수 서식종인 황복이나 모래무지가 살고 주력 어종도 3급수종인 붕어류에서 2급수종인 누치로 바뀌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맑은 물이 충분히 공급되는 한 보는 수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깨끗한 물이 안정적으로 충분히 공급되느냐가 수질의 관건이다.

고인 물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면 1차적으로 생명활동이 가능한 조건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생태습지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수변공간이 조성되면 수중ㆍ수상 식물 서식지가 형성되고 식물과 물고기, 수변동물들이 맘껏 살 수 있게 돼 생태계가 개선, 복원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4대 강 마스터플랜에서는 댐과 농업용 저수지를 통해 5억t의 맑은 물을 추가로 확보하고 국내 처음으로 인(燐) 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등 3조9000억원을 투입해 오염원 처리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는 수문이 있는 가동보로 설치하고 우리의 첨단 IT기술을 활용하여 더욱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홍수와 수질 조절을 하도록 운영할 것이다. 혹자는 준설을 하고 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의 오ㆍ탁수 발생을 걱정하지만 세계적 수준인 우리 건설 기술과 경험을 생각하면 걱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보를 통해 확보되는 8억t의 물은 극한 가뭄기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넓은 수면과 주위의 수변공간은 도시와 지역의 품격을 높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것이다. 수변과 수면에서 일어날 각종 레포츠 활동들은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훌륭한 촉매가 될 것이다.

넓어진 수면공간은 도시 지역의 열섬효과를 줄이는 미기후(微氣候, 좁은 곳에서 일어나는 기상 현상) 조절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소수력 발전과 연계되면 이산화탄소(CO₂)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4대 강의 보는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을 더 가까이 이어 주고 국토의 품격을 높이는 멋진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

큰일을 추진하면서 부작용을 짚어 보고 이에 충분히 대비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걱정에 빠져 출발선에서부터 할 일을 주저하거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어떻게 하면 강을 우리 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바꾸어 행복과 자긍심의 터전으로 더 풍요롭게, 더 효율적으로 가꾸어 갈 것인가에 우리 사회의 지혜와 역량이 모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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