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빅딜.M&A동향 홍보업체 불붙은'정보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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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마이크로칩 제조업체 인텔의 한국내 홍보대행사인 KPR사 직원들은 매일 오전이면 각종 신문 스크랩에 정신이 없다.

국내 대기업간 사업교환 (빅딜) 이나 구조조정 등에 관한 기사를 취합하고 인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영문 보고서로 만들어 아침마다 전자우편으로 인텔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KPR의 조윤희 과장은 "인텔로부터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이나 기업 인수.합병 (M&A) 등에 관한 소식을 자세히 보내달라는 요청이 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고 설명했다.

미 마이크로소프트 (MS) 사의 국내 홍보를 맡고 있는 드림커뮤니케이션사는 얼마전 신문 가판을 점검하는 전담팀을 만들었다.

MS 관련 기사게재 건수.내용에서부터 ^기사방향^기사 논조와 반응 등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정보를 수집.분석, MS사에 일일보고한다.

'아래아 한글' 을 개발한 한글과컴퓨터사 인수에 나선 MS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국내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이 활발해지고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 또는 M&A 시도가 활기를 띠면서 외국기업의 한국내 홍보 (PR) 대행사나 해당기업 홍보담당자들의 일손이 바빠졌다.

종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던 업계 정보나 정책변화 등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자료 요청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앤더슨컨설팅.P&G 등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뉴스커뮤니케이션의 김경혜 대리는 "최근에는 특히 M&A 관련 기사나 정보를 꼼꼼히 수집해 영문으로 작성, 고객들에게 보내고 있다" 고 말했다.

다른 대행사 관계자는 "매체간에 기사 내용.방향이 다르면 기자들과 직접 접촉, 더 자세한 정보를 듣기도 하며 별도의 정보 채널을 확보하기도 한다" 고 전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 등 외국계 정보통신 분야 16개 업체의 홍보를 맡고 있는 인컴사는 아예 매주 한국내 상황을 알리는 'IMF 리포트' 를 작성, 배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10여개의 대형사를 포함해 수십군데의 홍보대행사들이 활동중이다.

외국 기업 한국 법인의 자체 홍보실도 바빠졌다.

IBM 등 컴퓨터 제조업체의 홍보 담당자들은 최근 금융기관간 합병에 대한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6백명 가량이 근무할 수 있는 사옥 마련을 추진중인 데이터베이스업체 오라클사 홍보 관계자들은 부동산 관련 정보수집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텔의 홍보담당 오미례 부장은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나 경영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삼기 위해 각종 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면서 "때론 언론사마다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해설이 달라 혼선을 빚는 경우도 많다" 고 말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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