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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독서고수] 박노자·허동현의 『우리 역사 최전선』을 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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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 책은 이러한 대립구도의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19세기 조선 말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매개로 서로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할 때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00여 년 전 질곡의 근 현대사에서 같은 사건을 두고 얼마나 다른 해석이 가능한지,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통해 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박노자는 흥선대원군을 민중의 시각에서 깨끗한 정부를 원했던 민중의 바람을 이루려한 개혁정치가로서 평가한다. 반면 허동현은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방안인 근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실패한 위기 관리인으로 평한다. 사관(史觀)이 대립하는 대목을 보여주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을 드러낸다.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려 할 때 역사는 오늘을 비춰보는 거울로서 교훈을 준다. 대원군 집권기를 냉전붕괴 후 국가 분열을 치유하려는 재건기의 대한민국과 비교한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는 역사 속에서 양 극단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라는 액셀러레이터와 보수라는 브레이크를 통해 발전을 매개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소통의 과정에 왜 역사라는 매개가 필요했던 것일까? 역사는 반복되며, 동시에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창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이 달라지는 셈이다. 세계화의 압력 속에서 당시 김옥균, 최익현, 유길준 등이 제시한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이들 간 갈등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장점과 약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두 저자는 친밀한 대화체를 사용해 어렵지만 꼭 알아야 할 우리 역사의 세계로 독자의 손을 이끈다.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견해를 가지든 두 저자처럼 상대방의 역사해석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나래(대학생·서울화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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