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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 기다림 45년, 99세 모정의 세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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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어머니는 오늘도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의 나이 올해 99세, 아들은 살아있다면 70세일 것이다.

경기도부천시원미구심곡동에 사는 이원순 (李元順) 할머니는 6.25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아들 임정룡 (林丁龍) 씨가 아직 북한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林씨가 군에 자원입대한 것은 전황이 남측에 크게 불리하던 50년 11월, 23세 때였다.

한학 (漢學) 을 공부하던 林씨는 북한군에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탈출한 뒤 "조국을 위해 내가 나서야겠다.

젊은 내가 후방에 숨어있을 수는 없다" 며 눈물로 만류하는 어머니를 설득했다.

林씨의 행방불명 통지서가 날아온 것은 53년 휴전 직전. 위로 아들 넷을 모두 어려서 병으로 잃고 애지중지 기른 외아들의 실종 소식에 아버지는 매일 술로 화를 삭이다 2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어머니" 하고 외치며 돌아올 것 같은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매일 밤 대문을 활짝 열어놨다.

아들의 생일날엔 미역국을 끓여 하루종일 온기를 잃지 않게 했다.

외딸 임용자 (林龍子.67) 씨와 함께 살며 기약없는 기다림의 세월 45년. 지난 4월 어머니에게 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들이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아직도 살아있다' - .45년만에 귀환한 국군포로 양순용 (梁珣容.72) 씨가 전한 소식이었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날 기운도 없는 어머니는 "어떡하나. 난 이제 이북에 갈 기운이 없는데. 아들이 와야 할텐데. 죽기 전에 내 아들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 할텐데…" 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林씨가 포로로 잡혀 북한에 생존해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梁씨의 증언 등을 토대로 82명의 생존 국군포로 명단을 작성,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확인을 계속하고 있으나 확실한 경우는 아직 한명도 없다" 고 밝혔다.

林씨에 관해서도 국방부는 "확인할 수 없다" 는 답변뿐이다.

아들은 아직 살아있을까. 살아있다면 죽기 전에 목소리라도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

◇ 양순용씨는 누구인가

= 6.25에 참전, 53년 7월 강원도 금성전투에서 중국군에 생포된 뒤 북한 아오지탄광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다 지난해 12월 45년만에 기적적으로 귀환했다.

梁씨는 "국군포로 5백50여명과 함께 아오지탄광으로 끌려가 중노동에 시달리다 대부분 이미 사망했으나 아직 70~80명이 살아있다" 고 증언했다.

국방부는 현재 '국군포로 관련 대책회의' 를 구성해 확인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박현선.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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