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북한 승조원 일부 탈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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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군 당국은 24일 침몰한 북한 잠수정 인양작업을 계속하는 동시에 일부 승조원 내지 공작원이 탈출했을 가능성에 대비,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수색작전을 펴고 있다.

군 당국은 인양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4일 밤 잠수정을 부두로 옮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잠수정내의 승조원들은 침투공작 실패 등에 대한 책임감 등으로 자폭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잠수정 발견 이틀이 지났는데도 아직 잠수정내 북한군의 생존 및 탈출자 여부 확인 등은 고사하고 확보한 잠수정마저 물속에서 빠뜨린채 허둥대는데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대응태세 미흡과 작전 전반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야당에선 국방장관 해임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인양작업 = 합참차장 이지두 (李址斗) 중장은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24일 오후11시쯤 잠수정을 부두로 옮길 수 있다" 고 밝혔다.

해군은 이날 오후 공기주머니 4개를 잠수정에 부착, 압축공기를 불어넣어 끌어올리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이에 앞서 이날 새벽에는 수중파괴대 (UDT) 요원들을 잠수시켜 북한 잠수정의 외부 선체 조사와 촬영작업을 마쳤다.

군 당국은 접안시킨 잠수정을 기중기로 육상으로 들어옮긴 뒤 밤 사이 선체에 대한 정밀조사와 생존자 확인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이날 밤 사이 선체 진입작전을 통해 승조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승조원의 탈출 여부 = 李합참차장은 "잠수정이 처음 발견된 후 예인을 시작하는 사이에 일부 승조원들이 비상구를 이용, 탈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혔다.

유고급 잠수정은 상어급과 비슷하게 2~3군데의 탈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 김현기.채병건 기자 이 관계자는 "그러나 예인중 속도는 2~4마일이었고 주위에 함선이 배치돼 우리측 함선에 의해 예인되는 과정에선 승조원의 탈출이 어려웠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잠수함 승조원들은 침투공작이 실패했다는 책임감과 남한측에 생포당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자살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잠수정 내부에 산소통을 적재하고 있어 잠수함 격실 안에서 일부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설명했다.

◇ 상황판단 미숙 = 군 수뇌부는 22일 밤 "북한 잠수정이 가라앉고 있으며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상태" 라는 현지 보고에도 불구하고 최종 도착항을 바꿔 결국 잠수정을 침몰시키는 결과를 낳게 했다.

당시 예인 속도는 시속 5㎞. 한 퇴역 제독은 "침투 잠수정 적발시 기본 대응목표는 잠수정과 승무원의 확보이며 하조대 기사문항에서라도 작은 예인선으로 접안,빨리 건져내 조사 및 작전에 들어갔어야 했다" 고 지적했다.

◇ 주먹구구식 예인작전 = 예인작업도 정밀한 부력 측정없이 진행됐다.

합참은 24일 "군산함의 로프를 다른 예인함 2척에 바꾸어 달다가 예인로프가 끊어진 게 아니다.

잠수정의 자체 부력이 떨어져 가라앉은 것" 이라고 해명했다.

지휘부나 현장 모두 70t에 불과한 잠수정이 부력이 없어져 가라앉을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은 것이다.

◇ 초기 통제시스템의 문제점 =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직후 군 당국은 대대적으로 해안경비태세 강화와 각종 첨단장비의 도입을 약속했지만 이번 잠수정 발견도 민간인에 의해 이뤄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의 장비로는 총연장 5천9백89㎞에 달하는 동서남해안 일대를 방어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며 "주요 침투 예상로에 수중음파탐지기라도 설치해야 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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