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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북한 잠수정]어떻게 침투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 잠수정은 어떤 경로로 우리 영해에까지 들어왔을까. 군 당국은 일단 표류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선체고장 때문에 공해상에서 불가피하게 우리 영해로 표류해 들어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판단이다.

국제법상 잠수정은 타국의 영해를 통과할 때에는 반드시 물 위에 떠서 가야 한다. 그런데도 사전 인지없이 갑자기 속초 앞바다인 영해에서 발견됐다.

더구나 항해불능 상태였다면 우리 어선에 적발됐을 때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어선 그물에 걸린 22일 속초 해경이 인근 해상에서 포사격 훈련중이었는데도 어떤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도 잠수정의 '은밀한' 침투를 뒷받침하는 방증이 되고 있다.

군 당국이 추정하는 북한 잠수정의 침투경로는 북한의 잠수함 모항인 퇴조항이나 마양도항에서 출발한 잠수정이 해상경계선 (NLL) 을 넘어 공해로 이동한 뒤 속초 인근 영해로 들어오는 루트다.

지난 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 때도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이 퇴조항을 출발, 영해→공해→해상경계선→공해→남측 영해라는 루트를 이용했다.

유고급 잠수정의 최대 이동범위는 상어급 2천7백마일보다는 작지만 5백50마일 (8백85㎞) .퇴조항.마양도항으로부터 속초까지의 직선거리는 2백㎞안팎이다.

군 관계자는 23일 "이 정도 범위라면 공해상에서 잠망경만 내놓고 항해하다가 영해 인근에선 잠수, 우리 영해를 침범한 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운항능력"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영해를 침범하거나 침범 후 빠져나가는 와중에 예상치 못했던 어선 그물에 걸렸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 고 지적했다.

모선 (母船) 과 함께 이동, 침투하는 경로도 있지만 군 당국은 여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모선의 움직임이 위성 등에 의해 포착되기 때문에 굳이 침투를 위해 자체 이동능력이 있는 유고급 잠수정을 모선과 동반이동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북한 모선에 대한 정보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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