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연주단]우리노래 신작 초연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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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가 (正歌) 와 민요는 창작음악에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해주는 보고 (寶庫) 다.

전통 성악의 맵시와 맛을 살리면서도 대규모 청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작품' 을 만드는 것은 지금 여기에 사는 작곡가들의 당면과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새롭게 만나기' 가 관현악 반주로 대공연장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 배려' 에 불과하다면 거창하게 '창작' 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국립국악원 연주단 (지휘 김철호) 의 '우리노래 새롭게 만나기' (18~1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는 지난해 '고려가요와 창작가요의 만남' 에 이은 기획공연. 78년 조지훈 시 (詩)에 의한 성악곡으로 발표됐다가 혼성2부 합창으로 편곡된 황의종의 '승무' 를 제외하면 모두 초연곡들이다.

그러나 백대웅의 '우수영 들노래' 처럼 민요 제창이거나 이건용의 '목도소리' 나 이정란의 '시선.황도뱃노래' 처럼 합창이나 사물놀이를 곁들인 '편성의 확대' 외에는 새로움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노동현장에서 메기고 받는 민요를 무대에서 독창과 합창의 교대로 재현하는 것은 '예술적 승화' 와는 거리가 멀다.

국악관현악의 음량 한계 때문에 마이크를 사용하는 관례를 염두에 두지 않은 듯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소리 일색이었다.

이건용의 작품에서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과 함께 나뭇꾼 차림으로 나와 소리를 메긴 바리톤 최현수의 출연이 관객의 눈길을 끌었으나 옷차림과는 달리 벨칸토 발성이 어색함을 자아냈다.

다소 거친 듯한 휘몰이가 작곡자의 의도인지는 모르나 전체적으로는 민요 편곡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관현악 반주에 의한 노래가 양산 (量産) 되는 것도 국악이 서양음악을 닮아가는 징후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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