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사태, 청와대-군 갈등 진정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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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관련된 보고 누락 파동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청와대도 군도 확산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문책 범위가 관심이다. 국방부는 21일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및 각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한 군무회의를 열었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회의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사태를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박승춘(육사 27기.육군 중장) 국방정보본부장의 NLL 사태에 관한 분석자료 유출이 '조직적 저항'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이틀째 기무사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날도 "국민에게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아 주려다 유출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출 자료는 군사 기밀이 없는 평문"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대북 정보에 관한 한 군내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육사 출신으로 대북 정보에만 전념한 유일한 경우다. 대북 정보의 핵심 자리인 북한차장과 정보부장을 모두 거치고 정보본부장이 된 첫번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규정 때문이다. 유출한 자료가 비밀 자료가 아닐지라도 중앙 일간지에 기고하거나 언론사에 제공하려면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일간지에 기고한 국방부 산하기관 간부는 구두 경고만 받았다. 그러나 박 본부장이 유출한 정보 속에 군사 기밀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판정되면 엄격한 군기법을 적용받는다. 판정은 기무사가 한다. 그러나 군사 기밀이 아니라는 게 군내 중론이다.

다만 보고 누락에 대한 대통령의 조사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해명 자료를 임의로 유출했다는 정황이 박 본부장에게 불리하다. 비슷한 경우는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 국방부 산하기관 간부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하 발언을 했다가 '1개월 20%'의 감봉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박 본부장에 대해선 자료 유출 외에 보고 누락과 관련한 책임론도 부가된다. 정보본부장으로서 북한의 송신 사실을 꼼꼼히 챙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방정보본부 실무자는 북한 경비정의 송신을 파악하고도 본부장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설사 실무선에서 빠뜨렸더라도 본부장이 챙겼어야 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말했다. 2002년 서해교전 때는 정보본부 실무자가 대북 첩보를 묵살한 사건과 관련, 당시 정보본부장이 책임지고 사임했다.

이와 함께 송신 사실을 합참에 보고하지 않은 해군작전사령관과 장교 일부에 대한 문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전 지휘관에 대한 문책은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군의 사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군 내외에서 북한의 NLL 침범에 대한 해군 작전은 원칙대로 잘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심리전에 우리 쪽 장교들이 피해를 봤다는 비판은 군으로선 참기 어려운 대목이기 때문이다. 여권과 청와대 쪽에선 국방부장관 교체설도 솔솔 나온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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