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 '정치국 후보위원 불인정' 파장] 김용균 판사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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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씨를 집행유예로 석방한 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인 김용균(50.1977년 사법시험 합격) 부장판사는 21일 판결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사회의)내부 갈등을 해소하려면 잡아 가두는 처벌보다는 포용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부장판사와의 일문일답.

-판결 소감은.

"이번 판결이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 갈등을 해소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라며 판결문을 썼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했다."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많은데.

"벌써 인터넷에 '빨갱이 판사'라는 댓글이 붙은 걸 봤다. 여론은 의식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 너무 심한 것 같아 안타깝다."

-심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송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30여권이나 되는 사건 기록을 보면서 고민이 많았고, 마음도 많이 흔들렸다. 그럴수록 '의심의 여지가 있을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결한다'는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관심이 컸던 사건을 맡은 데 대해 부담은 없었나.

"사건을 배당받았을 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심리가 모두 끝나고 선고 전까지 3주 동안 매일 아침 산행을 하면서 고민했다. 이 사건처럼 많이 고민하고 느끼고 배운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가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이유는.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다. 판결하고 난 뒤 국가에 대한 충정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그것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수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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