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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선정주의 치닫는 시사고발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성 (性) 은 영원한 상품이다.

그 자체가 그렇고 성을 묘사하는 문학작품.사진.미디어 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 방송가의 시사프로그램들을 방송을 볼라치면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행여 성도착증? "그때 아저씨랑 잔것 후회되지?" "2차는 얼마나 자주 나가?" 등 질문과 몰래 카메라로 대사와 영상을 담아내는 것등. 사회성 또는 상품화 성공여부를 떠나 혐오감이 치민다.

어제 밤11시 방영된 MBC PD수첩. 주제는 10대 여고생들의 원조 (援助) 교제였다.

하룻밤 유흥비를 벌기위해 중년 남성들을 만나 윤락까지 일삼는 여고생들을 다룬 것이다.

이에 앞선 9일 방영분. 주제는 중학생에 재학중이던 네딸들을 티켓다방에서 일하게 한 인면수심의 부모들 이야기였다.

유흥비를 벌기 위해 여동생을 윤락가에 팔아넘긴 10대 오빠의 이야기도 부록처럼 끼워넣었다.

다시 20일 방영예정인 SBS '그것이 알고싶다' .주제는 '현대판 노예 - 신종 인신매매' 다.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할만 하다.

SBS의 '뉴스추적' 의 경우 유흥가에 취업한 북한여성들을 다룬 '팔려가는 탈북자들' , 동성애의 문제는 다룬 '양지로 나온 동성애' 가 최근 다뤄진 주제다. 지난달 26일 방영된 SBS '추적!사건과 사람들' 의 '150만, 그 버려지는 생명들' 편. 고발은 좋았지만 10대 미혼모의 출산장면까지 공개해 시청자들의 거세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PC통신에 올랐던 항의문의 일부. "뉴스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강간사건에 치가 떨리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렇게 들춰내야하는 것인가.

우리사회의 성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주기적으로 비슷한 성 테마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정말 싫다. " .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다.

반복적으로 성을 우려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시청률 때문이다.

밀리면 극약처방 - 성 문제를 들춰내라는 식 아닐까. 여기다가 제작비가 얼마 들지 않는다는 장점마저 있으니 피해가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물론 당대의 중점 사안에 대해 심층취재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들, 혹은 대안까지를 제시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 본연의 순기능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고발프로는 유사 범죄를 유인하는 역기능가 있기 마련 아닌가.

사회적 약자들의 일탈적인 행동만을 제물삼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 고발프로그램을 자제하는 제작진의 노력은 그래서 필요하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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