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회사 이름 알리려고 왜 큰돈 쓰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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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초등학교 5년생인 주혁이네 가족은 피자 가게를 차리려고 합니다. 주혁이 어머니는 피자를 만들어 파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하면 장사를 잘 할 수 있는지를 알아 보고 있어요. 주혁이는 이왕이면 TV 광고에 많이 나오는 이름난 피자 업체의 간판을 달아 장사를 하자고 졸라요.

그러나 어머니는 유명한 피자업체의 '회사 이름값'이 비싸서 고민입니다. 그 간판을 달려면 다른 피자 업체의 가게를 차릴 때 보다 돈이 많이 들거든요. 주혁이는 유명한 회사의 이름값이 왜 비싸고 이름을 빌려 주면서 돈을 받는지가 궁금해졌죠.

이름(상호)이 많이 알려진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사람들이 여기지요. 그 회사가 만든 제품은 조금 비싸도 잘 팔리거든요. 사람들이 마음 먹고 물건을 살 때는 동네시장보다는 백화점을 더 찾잖아요. 그만큼 백화점엔 믿을 수 있고, 질이 좋은 제품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다른 회사의 이름을 빌려 사업을 하려면 이름값을 내야지요. LG그룹의 예를 들어 유명한 회사의 이름값은 얼마나 비싼지 알아보기로 해요.

삼성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큰 기업인 LG는 내년부터 LG라는 이름을 쓰는 회사에게 돈(사용료)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공짜로 이름을 쓰던 계열사(LG그룹에 속한 회사)들은 사용료를 내야합니다.

LG는 회사 이름값을 얼마나 받을지를 놓고 한동안 고민했어요. 우리나라의 큰 기업 중에서 계열사에서 돈을 받는 것은 LG가 처음 이거든요. 결국 LG는 회사이름 사용료를 한 해 동안 제품을 팔아 번 돈(매출액)의 일부를 받기로 결정했어요. 회사 이름만 빌릴 경우는 매출의 0. 1%를 받고 회사이름 외에 제품에도 쓰면 0. 2%씩 걷기로 했답니다. LG는 계열사들이 제품을 팔면서 회사 이름 덕에 추가로 번 돈이 그 쯤은 된다고 계산한 것이지요.

TV나 휴대전화를 만드는 LG전자,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LG화학 등 LG에 속한 회사들은 내년부터 LG 이름을 쓰는 대가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런데 LG는 이달부터 두 개의 큰 기업으로 나뉘어졌어요. 57년 전 LG를 세울 때 돈을 댔던 투자자의 후손들이 LG정유 등 일부 LG의 회사를 갖고 나갔습니다. 투자한 비율대로 회사를 나눈 것이지요. 이 독립기업은 'GS'란 새 회사 이름을 지었어요.

그렇다면 LG에서 떨어져 나간 GS의 계열사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GS는 회사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아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LG정유 등은 사용료를 내고 LG란 이름을 그대로 쓸지를 놓고 지금 고민 중입니다. 당장 이름을 바꾸려면 그동안 사용하던 LG정유 등의 간판을 교체해야 하는 등 비용이 적지 않게 들거든요.

그래서 세계의 큰 기업들은 이름값을 올리려고 무진 애를 씁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TV 광고를 하면서 경쟁적으로 인기 스타를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행사에 돈을 대는 일도 합니다. 그것을 스포츠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최근 세계 축구팬들이 열광했던 '유로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 TV중계 때 현대차의 광고판을 본 학생들이 적지 않았을 거예요. 현대차는 경기장 스탠드 바로 아래에 광고판을 세웠거든요. 그 비용이 꽤 비싸지만 현대차는 TV중계 때마다 이 광고판이 자주 나오자 크게 만족했답니다. 이 축구경기를 본 수억명이 넘는 세계인들에게 현대차의 이름을 알렸거든요.

서울시는 얼마 전 '서울'이란 이름값이 2600억달러(31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어요. '서울'하면 '코리아'라는 생각이 들어 '서울'이란 이름이 산업.경제.교육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그런 액수가 나왔다고 합니다. 참고로 대한민국이란 이름의 가치는 600조원이 넘는다고 해요.

회사이름이 중요한 만큼 일부러 회사 이름을 바꾸는 일도 있어요. 하지만 회사 이름값만큼 제품의 질이 좋지 않으면 그 회사 이름은 제 값을 못받습니다.

화장을 잘했다고 젊어지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예요. 사람들이 제 이름값을 해야 존경받듯이 회사도 이름값을 해야 좋은 회사가 되는 겁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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