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KBS1 '아침마당' 새진행자 이금희 아나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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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오전 8시30분. '늦었다' 며 허둥대던 남편과 자녀들의 흔적이 서린 밥상도 거두고, 주부들이 혼자만의 고즈넉함을 즐길 시간이다.

그 때 KBS1에서는 타방송이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과 달리 주부 대상 토크쇼 '아침마당' 이 방영된다.

서민들의 삶을 꾸밈없이 담아내는 '아침마당' .헤어진 가족을 찾아준다거나, 외로운 중년 남녀의 TV맞선을 주선하는 '아침마당' 을 보노라면 때론 기막힌 사연에 덩달아 눈물도 짓고, 때론 따뜻한 이야기에 웃음이 절로 피어오른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이 '아침마당' 의 여성 진행자가 15일부터 바뀐다.

이금희 아나운서 (32) . 'TV는 사랑을 싣고' 등으로 '푸근한 진행자' 의 인상을 깊게 심어준 그. 전임 정은아 아나운서가 91년9월부터 '아침마당' 을 맡아왔으니 6년9개월만의 교체. 아침 토크 쇼 최장수 진행 기록을 세운 정은아씨는 프리랜서답게 새로운 프로를 찾아 나선다.

과연 이금희 아나운서의 등장으로 고정 진행자들에 의해 오랜 기간 굳어진 '아침마당' 의 이미지는 어떻게 바뀔까. "바뀌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분위기가 확 달라지면 시청자들이 느끼던 아침의 편안함이 깨어지지 않겠어요. " 얼핏 듣기에 뜻밖의 말 같다.

새 진행자가 됐으면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봄직 하건만. "시청자들에게는 부담 없이 즐거움을 주고, 출연자는 돋보이게 하는게 진행자의 역할 아닌가요. 가끔 이상벽 선생님께서 'TV는 사랑을 싣고' 진행 도중에 '여지껏 시집도 못갔느냐' 고 놀리시지만, 그래서 시청자가 즐거우면 그만이지요, 뭐. " 그러면서 "필요 없다고 생각되면 말한마디 안해도 되는 것이 진행자" 라고 덧붙이는 게 89년 시작해 어느덧 아나운서 생활 10년을 앞둔 그의 방송철학. 얘기가 워낙 무덤덤해 마치 '아침마당' 을 맡은 게 특별할 것 없다는 식으로까지 들린다.

그러나 그는 "사람 내음이 물씬 풍기는 프로그램 아니냐" 는 정도로 '내심 바랬다' 는 것을 부드럽게 돌려 표현한다.

그러고 보니 그는 '6시 내고향' '사랑의 리퀘스트' 등 인간적 정서가 담긴 프로들을 고르듯이 맡아왔다.

이번에 'TV는 사랑을…' 는 황현정 아나운서에게 넘겼다.

바라던 '아침마당' 을 맡게 됐지만 걱정이 있다.

잠꾸러기인 그가 매일 '새벽' 6시까지 방송사에 나와야 한다.

"뭐 잘 되겠지요" 라며 자신을 '터무니 없는 낙천주의자' 라고 소개하는 그. 그말 다음에 이어진 것은 가끔 'TV는…' 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그 특유의 '푸하하하' 하는 커다란 웃음이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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