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긍지와 자랑거리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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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신문을 보면 밝은 이야기보다는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들만 범람한다.

희망은 바늘구멍만 하고 걱정은 태산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6개월만에 실업자는 1백50여만명,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3.8%, 산업생산 증가율 마이너스 10.8%, 물가상승률 8.2%, 산업기반과 중산층의 붕괴, 붕괴 직전에 놓인 주식시장 등 실로 암담한 소식들이 많다.

처음 이 사태가 일어났을 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사태는 악화돼 가는 느낌이다. 더구나 이제부터 더 큰 시련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업자와 외채 그리고 기업의 연쇄도산이 증가하고, 그것은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런 참담한 때에 진정한 자랑거리, 오랫동안 또는 영원한 세월에 걸쳐 자랑거리가 될 만한 미담이나 희망적인 소식은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희망이며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제다.

예컨대 20세의 한국 여자 골퍼 박세리의 승리도 침체된 한국사회에 큰 기쁨을 선사했고 삼성전자에서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2백56메가D램의 샘플 판매료만 1천억원이 넘었다는 소식도 희망적인 것이었다.

곳곳에서 벌이는 실업자 급식을 위한 국민운동이며, 미미하지만 이러한 시대에도 약진하는 특정 중소 또는 대기업의 소식은 우리에게 약간의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역시 한국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 투자소식이나 매입소식도 우리에게 다소 위안을 준다.

이제 정치계.기업계.노동계.교육계.예술계.언론계.스포츠계 기타 어느 분야라도 국민의 힘을 불러 일으키고 적극적으로 응집시킬 수 있는 미담과 자랑거리가 속출해야 한다.

남을 향해 외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도록 자기와 자기의 집단을 향해 외쳐야 한다.

우수집단에 끼일 수 있는 자랑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윗사람은 윗사람대로 아랫사람은 아랫사람대로 각자의 처지에서 자랑거리를 만들어내보자. 세상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그 어둠을 치료하기 위해 미담과 자랑거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급선무다.

또 그것을 만들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요구된다.

진정한 미담과 자랑거리가 살아 있어야 그 사회가 힘을 갖게 된다.

가정도 미담과 자랑거리가 많으면 활력을 갖게 된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만들어내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러한 것을 만들어낸 역사를 결코 갖지 못한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는 불행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 없이는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용기가 일어나지 않고 구성원을 응집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과거미담과 자랑거리만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과거지향적이요 결코 건설적으로 볼 수 없다.

새로운 창조와 사건으로 부단히 이어지는 미담과 자랑거리여야 그 사회가 약진한다. 성공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이미 사고의 위험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에 대한 자만이야말로 위험한 것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정치.경제.기술적 측면에서의 발전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의 성공도 긍적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거품이 아닌 진정으로 경쟁력있는 자랑거리 만들기 그것이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하고 그러한 것의 세계적 경쟁력도 또한 요구된다.

크든 작든 자랑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에 정열을 바치는 집단은 그만큼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활성화된다.

사회를 흩어지게 하고 지리멸렬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진정한 창조를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나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와 자기가 속한 집단을 창조적이고 건설적이며 생산적인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끊임없이 미담과 자랑거리가 만들어지게 하는 일은 노력한다면 반드시 가능하다.

우리는 자랑거리 만들기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IMF 사태의 교훈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상황아래서의 각성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더욱 영원한 경쟁력을 길러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송천은 원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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