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맞은 중국]위안화 평가절하 버티기 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 엔화가 무너지자 중국 위안 (元) 화가 세계경제의 화두 (話頭) 로 급부상하고 있다.

엔화와 동남아 각국 통화가치의 폭락으로 큰 타격을 받은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고선 더 이상 견디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절하쪽이다. 즉 국유기업 개혁이란 과제와 취약한 금융체계를 가진 중국이 수출마저 따라주지 않을 경우 위안화 절하 유혹을 강하게 받을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이 환율상승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는 올 하반기가 되면 그 유혹은 더욱 커지리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3대 수출국인 일본의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질 경우 중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더욱이 대만이 통화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대만달러의 가치를 조금씩 낮춰가고 있는 것도 중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중국의 또다른 수출시장인 대만에서의 경쟁력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수출이 지난 5월중 23개월만에 처음으로 전년에 비해 1.5%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홍콩과 함께 중국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선전 (深수).상하이 (上海) 의 발빠른 기업들은 달러표시 부채를 위안화 표시 부채로 바꾸느라 바쁘다.

하지만 당분간 평가절하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뱅크 아메리카 아시아사의 앤드루 프레리스는 "중국 경제가 최근 수출보다 국내 투자.소비에 의해 성장하고 있다" 며 수출 감소세의 의미를 축소 해석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1천4백억달러를 넘고, 위안화가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화폐가 아닌 점 등도 지적된다.

중국 경제의 물가상승률이 거의 0%에 가깝고 경상수지가 흑자인 것도 위안화를 버티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 특히 위안화 절하시 대미수출이 지나치게 확대돼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격화될 공산도 크다.

그럼에도 중국통 (通) 으로 유명한 리콴유 (李光耀) 싱가포르 선임총리는 위안화 평가절하 시기를 18개월후로 꼽고 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이 위안화의 평가절하 여부가 아니라 그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