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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방미]달러유치 외교강행 168억불 귀국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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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방미기간중 가장 실질적인 성과는 달러를 많이 끌어들인 점이다.

특히 정부가 앞에 나서 분위기를 잡으며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민간은 막후에서 실리를 챙기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외교였다는 평가다.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방미기간중 정부와 민간금융기관이 끌어모은 달러가 76억9천7백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또 민간기업도 대우와 미국 제너럴모터스 (GM) 의 20억달러 합작을 포함해 80억달러의 유치협상이 진행됐다. 한국전력.가스공사 등 공기업도 11억달러 도입을 추진중이다.

일단 외형만으로도 1백67억9천7백만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현재 가용 외환보유고가 3백50억달러선인 점을 감안할 때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특히 이번에 들여오는 달러는 금융기관.기업 등 실물경제에 직접 수혈된다는 점에서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최근까지 들어온 달러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지난해 12월의 IMF체제 이후 대통령 방미 전까지 새로 들어온 달러는 ▶IMF.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ADB) 등 국제기구 지원금 2백48억달러 ▶한국 정부가 빌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40억달러 ▶외환은행이 독일 코메르츠방크로부터 끌어온 2억5천만달러 등이다.

이들 자금은 주로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늘리는데 쓰였다. 지난달 처음으로 외환보유고에 약간의 여유가 생겨 30억달러 (세계은행차관 10억달러, 외환보유고 20억달러) 를 수출입금융으로 돌렸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들여오는 달러는 거의 다 민간부문을 살찌우는 것이다. 자금은 용도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수출입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자금이다.

미국 수출입은행의 20억달러 무역금융차관은 국내기업이 미국에서 원자재.자본재를 수입할 때 대금을 대신 내주기 위한 것이다. 원자재.자본재 수입을 늘려 국내 설비투자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미국 수출입은행 차관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가 '선물' 을 받은 셈이 됐다.

정덕구 (鄭德龜) 재경부차관은 "IMF체제 이후 미국정부가 직접 차관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며 "앞으로 미국외의 다른 선진국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오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J P 모건 등을 통해 빌리는 20억달러도 수출기업 지원에 쓰인다. 국제금융공사 (IFC) 는 한국계 은행이 일본 스미토모 은행으로부터 인수한 신용장중 4천만달러를 지급보증해주기로 했다.

둘째,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자금이다. 우선 세계은행차관 20억달러는 구조조정에 직접 쓰일 것으로 보이며, 조흥.하나.장기신용은행과 대한생명 등이 끌어들인 외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금융권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기업에 직접 수혈되는 자금이다. 대우와 GM의 20억달러 합작 외에 LG전자.현대전자.삼성그룹.금호석유화학.메디슨.대림정보통신 등이 합작이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달러를 들여오는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번에 끌어들인 달러가 경제회복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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