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하루새 2.3엔 폭락…국내 금융시장 위기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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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엔화 약세가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대의 하락률을 보이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큰 폭으로 출렁거리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45엔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2일 사상 최대 하락률인 8.1% (26.61포인트) 나 떨어진 302.09로 마감됐다.

이는 87년 1월 이후 11년5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또 원화환율은 오전 한때 29원 오른 달러당 1천4백20원까지 치솟은 뒤 오후 들어 달러 매수주문이 다소 진정되면서 1천3백98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악화와 함께 중국 위안 (元) 화의 평가절하 및 아시아 금융위기의 심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기관.개인들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 그나마 버텼던 홍콩.대만의 금융시장도 최근 불안한 행보를 거듭하는 등 그 파장이 아시아 전역을 휘감고 있다. 엔화 시세는 12일 한때 도쿄 (東京)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3.07엔 떨어진 달러당 1백44.70엔에 거래돼 90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감시세는 달러당 1백44.01엔. 이는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이 11일 의회 답변을 통해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의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며 미.일의 시장개입은 일시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고 발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다 97회계연도중 일본 경제가 전후 최악의 경기후퇴 (성장률 - 0.7%) 를 기록했다는 발표까지 나와 시장 분위기를 크게 위축시켰다.

마쓰나가 히카루 (松永光) 일본 대장상은 이날 "환율방어를 위해 결정적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 고 거듭 밝혔으나 시장 흐름을 막지 못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대만 등 아시아 각국의 주식.외환시장도 엔화 약세에다 전날 미.유럽의 주가가 제2의 아시아 위기 발생을 우려해 일제히 하락한데 영향받아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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