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여세 몰아 스마트폰·MP3 선보일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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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법인 설립 9년째를 맞은 도시바코리아의 차인덕(54·사진) 사장은 요즘 가슴이 뿌듯할 때가 많다. 설립 당시부터 대표를 맡아 온 장수 경영인으로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영업실적이 호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트북 분야의 영업신장률이 외국산 브랜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집니다. 여세를 몰아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 같은 모바일 기기를 한국 시장에 선보일 생각이에요.”

지난해 세계적 경기 침체 여파로 나라 안팎을 막론하고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한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외국계 기업들은 원화가치 급락으로 도입단가가 올라 큰 고통을 겪었다. 도시바코리아는 어둠의 터널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오는 분위기다. IDC에 따르면 한국 내 외국계 기업의 1분기 평균 매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도시바코리아는 57% 성장했다. 주한 외국계 기업 중 으뜸이다.

차 사장은 “많은 외국계 기업과 달리 도시바의 일본 본사가 한국 시장의 잠재력과 한국 지사의 능력을 믿고 물량을 꾸준히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모양 예쁘고 값도 합리적인 보급형 신모델들을 발 빠르게 선보인 것이 적중했다. 도시바는 올 들어 ‘첨단을 달리는 여성’ 이미지의 ‘포르테제 M800’, 그리고 갈색과 은색 두 색상을 적용한 넷북 ‘NB200’을 잇따라 출시했다. 그는 “2분기에도 제품 도입 물량을 30% 이상 늘렸다”며 “하반기엔 한국 내 노트북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시바는 이러한 디지털 가전제품 외에도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세계적 종합 전자업체다.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등을 만드는 컴포넌트 부문과 원자력발전소·설비 등을 다루는 인프라 부문이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00조원을 넘어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91위에 올랐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미 TI와 세계 3위를 다툰다.

차 사장은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스마트폰 ‘TG01’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3분기께엔 한국에 들여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력 제품이던 노트북 외에도 다양한 제품군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 위스콘신대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그는 한국씨티은행·컴팩코리아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다. 현재 다국적기업한국최고경영자협의회(KCMC)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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