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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록사랑 2백명 투합 94년 결성'프리버드'첫앨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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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탈리아와 브라질의 축구가 강한 이유 - 타고난 신체조건과 과학적인 훈련, 잔디구장 같은 환경 등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축구클럽 덕분이라 하겠다.

청소년에서부터 성인까지 선수층이 두터워지는 것은 물론 수준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러한 클럽시스템을 음악에 적용한 동호회 '프리버드' .이 모임에는 기자.사진작가.미술가.뮤지컬배우 등 갖가지 직업을 가진 2백여명의 회원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끈은 음악, 그중에서도 록이다.

프리버드가 결성된 것은 9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로에 있던 프리버드라는 카페를 들락거리던 이들은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록음악에 관해 이것저것 토론하게 됐다.

그러다가 금세 친근해졌고 아예 동호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 모두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카페에서 즉석공연을 갖기도 했다.

아마추어 수준이었지만 그저 즐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주를 가졌다.

매 주말마다의 잼 공연으로 수준도 웬만큼 늘었다.

"우리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94년 겨울. 프리버드 회원들이 만드는 앨범을 기획하게 됐다.

여기에는 음악프로듀서면서 이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김도씨의 영향이 컸다.

연기.지연을 거듭하다가 이달초에야 첫 앨범을 냈다.

현재 밴드 멤버로 '공식 등록' 한 것은 6명이지만 앨범 제작에는 거의 모든 동호회원이 참여했다.

10여명이 백 보컬을 했고 엔지니어링에서부터 앨범재킷 디자인까지 힘을 모았던 것. 이들이 추구한 것은 한국적 록음악이다.

보컬을 맡은 김래호씨의 이야기. "전반적인 주제는 '북 (北)' 입니다.

통일에 대한 열망뿐 아니라 고구려인의 진취적인 기상을 되살리자는 뜻을 담은 거죠. " 그래서 타이틀곡도 '호랭이, 단군할배, 그리고 만주 벌판' 이라는 곡이고 재킷에도 현무도등 고구려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이들이 월드컵 평가전의 축하공연에 출연하게 된 것도 이러한 도전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 아닐까. 이들의 진짜 목표는 가요계에 '프리버드 사단' 을 만드는 것이란다.

"수많은 회원들 모두가 직접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겁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실력은 있지만 묻혀있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심체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김도씨의 말이다.

한국 최고의 '음악클럽' 을 꿈꾸는 프리버드의 자유로운 날개짓은 이제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그 끝은 얼마나 장대할지….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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