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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일]언론비평 매서운 PC통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신문과 방송은 보도를 통해 여론을 반영하는 것과 동시에 여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은 대중의 정서를 지배하여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도한다.

과연 이같은 권력은 누가 견제할까. 요즘엔 PC 통신이 강력한 '언론의 비판 매체' 로서 자리잡았다.

특히 방송에 대한 감시.비평에 있어 PC 통신은 신문에 버금가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PC 통신의 이런 위력은 97년 한 방송사의 뉴스보도 항의 사태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해 9월11일. 어느 방송사 9시 뉴스에 성폭행 당한 여대생의 자살 소식이 나왔다.

당시 보도의 마지막에 "수치스런 삶 대신 죽음을 택한 것은 정조 관념이 희박해진 요즘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는 말이 나왔다.

PC 통신의 해당 방송사란과 개인 의견 게시란에는 엄청난 수의 반발 의견들이 쏟아졌다.

성폭행 당한 여성은 모두 삶을 마치란 말이냐는 것. 결국 방송사는 8일 뒤인 19일 뉴스에서 정중한 사과를 내보냈다.

당시 PC통신을 통한 항의 운동에 적극 나섰던 단체가 매비우스 (매체 비평 우리 스스로 하기 모임) .97년2월 5명이 모여 활동을 시작한 매비우스는 현재 회원 50여명의 회비로 운영되는 순수 비영리단체로 천리안.유니텔 등 통신망에 매체 비평을 가장 활발히 올려 놓고 있다.

수시로 신문.방송사에 전자 우편을 보내거나 PC통신 게시판에 매체 비평론을 올리고, 토론장을 개설하는 '논객' 도 상당수. 하이텔.나우누리등의 매체비평 동호회도 언론의 감시자 역할을 하는 단체다.

최근 MBC '그대 그리고 나' 나 KBS의 '첫사랑' MBC '별은 내가슴에' 등도 PC통신의 여론에 밀려 결말 처리를 바꾼 바 있다.

한 방송사 옴부즈맨 프로그램 담당자에 따르면 일주일 평균 PC통신을 통해 쏟아지는 비평이 7백건 가량. 전화의 2배가 넘는다.

지금은 아예 방송사들이 PC 통신 비평에 대해 매일 자체 보고서까지 만드는 상황이다.

PC통신이 이처럼 방송에 대해 커다란 위력을 지니게 된 것은 많은 가입자 수에 기인한다.

가입자 3백만을 넘어섰으며, 다른 이의 계좌를 빌어 쓰는 사람까지 치면 사용자는 5백만명 가깝다는 게 업계의 관측. 그러나 PC 통신은 방송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쇄 매체 비평에 약하다.

비평보다 제보가 대부분인 상황. 이는 통신 사용자가 대부분 '영상 세대' 라 일컬어지는 젊은 층이기 때문. 한편으로 논리 정연한 비평보다 욕설만 늘어놓는 식의 감정에 치우친 비평은 PC통신 비판 문화를 가꾸기 위해 사라져야할 요소들이라는 지적이 높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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