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또 금융위기 조짐…엔화 140엔대로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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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쿄 = 이철호 특파원.외신종합]엔화가치가 8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백40엔대를 뚫고 내려감에 따라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등 제2의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40엔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91년 6월20일 이후 처음이다.

8일 도쿄 (東京) 외환시장에서 엔화 시세는 이번주 파리에서 열릴 서방선진7개국 (G7) 재무차관 회담에서 엔화 약세보다 러시아 금융위기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지난 주말에 비해 1.32엔 떨어진 달러당 1백40.73엔까지 밀려났다.

이날 마감시세는 달러당 1백40.54엔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 뉴욕 시장에서 일본의 금융불안설이 재부상하고 5월 고용 통계발표결과 미 경제의 호조가 거듭 확인되는 등 미.일간 경제력 차가 선명해지면서 이날 도쿄시장에서는 개장초부터 달러를 사고 엔화를 팔려는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한때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4백16원까지 떨어졌으며 대만.싱가포르 등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아시아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 리콴유 (李光耀) 싱가포르 선임총리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50엔대 밑으로 떨어지면 중국 위안 (元) 화에 대한 절하압력으로 작용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마쓰나가 히카루 (松永光) 일본 대장상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 고 말해 엔화가치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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